책이 발전해 온 이야기와 얽혀 있는, 진기하고, 신비하고, 매혹적인 책꽂이의 발전 과정 스토리. 1장 「보이지 않는 책꽂이」에서부터 11장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까지를 읽으며, 중세의 사슬에 묶인 책에서 현대의 전자책에 이르는 책꽂이의 역사를 풍부한 삽화와 함께 소개하는 저자의 섬세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출판사 서평
책이 지금처럼 네모라는 형태를 가지게 된 것은 책꽂이라는 동반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저자는 고대의 두루마리가 코덱스가 되고, 코덱스가 현재의 책이 되는 과정을 더듬으면서, 우리가 지금 책장에 책을 꽂는 보관 방식은 수천년에 걸쳐 서서히 진화된 것임을 밝혀낸다. 책에 제목을 붙이고, 책을 세워서 꽂는다는 아주 당연해 보이는 일들이 사실은 오랜 세월 동안 새로운 혁명을 거쳐 이루어진 업적이다. 책등이 밖으로 보이게 하는 데 1200년이 걸렸는가 하면 책장이 벽이라는 공간으로 가는 데 무려 천 년이 걸렸다. 저자의 주장처럼 당연한 것을...
책이 지금처럼 네모라는 형태를 가지게 된 것은 책꽂이라는 동반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저자는 고대의 두루마리가 코덱스가 되고, 코덱스가 현재의 책이 되는 과정을 더듬으면서, 우리가 지금 책장에 책을 꽂는 보관 방식은 수천년에 걸쳐 서서히 진화된 것임을 밝혀낸다. 책에 제목을 붙이고, 책을 세워서 꽂는다는 아주 당연해 보이는 일들이 사실은 오랜 세월 동안 새로운 혁명을 거쳐 이루어진 업적이다. 책등이 밖으로 보이게 하는 데 1200년이 걸렸는가 하면 책장이 벽이라는 공간으로 가는 데 무려 천 년이 걸렸다. 저자의 주장처럼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보게 되면서 우리는 새로운 사실에 눈을 뜨게 된다.
저자는 우리를 구텐베르크 이전의 세계로 데려간다. 그때는 책이 너무 귀해 독서대에 사슬로 묶어 놓았다.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중세의 수도사들이 책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당시는 책이 없어지면 다시 채울 수 없는 막중한 귀중품이었기 때문에 사슬로 묶어 두거나 튼튼한 궤에 넣어 자물쇠를 채워서 보관했다. 책들을 이 사슬로부터 풀어준 것은 인쇄술이었다. 띄어쓰기처럼 단순한 장치가 인쇄술이 발명된 뒤에야 일반화된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이제 지식은 다시 새로운 지식을 낳고 책은 다시 새로운 책을 탄생시켰다. 간단해진 복제술로 책은 넘쳐나게 되었고, 도서관들은 이제 책의 분실을 걱정하기보다는 계속해서 밀려드는 책들을 처리하기 위해 골치를 앓게 되었다.
우리는 새로운 형식이 낡은 형식을 몰아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새로운 파피루스\"인 시디롬이 종이책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래는 우리가 흔히 예견하는 것과는 달리 현재나 과거와 닮은 모습이 많을 것이다. 현재 도서관과 서점들에 중세 수도원의 열람실이나 시스템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지난 2천 년간 책이 만들어지고, 손질되고, 보관되어온 방식의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책이 겪에 될 일들에 대해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예견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발췌
- 중세의 도서관 -
책이 귀했던 중세에는 책을 어디에 보관했을까? 큰 도서관이라 해도 수십 권 정도의 책이 전부였던 수도원에서 크고 귀중한 책들은 대개 트렁크 비슷하게 생긴 장이나 궤에 넣고 잠궈버렸다. 물론 약탈자들은 맘만 먹으면 이런 궤 자체를 들고 가버리거나 도끼로 부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때는 책을 훔쳐가려고 수도원에 들어오는 도둑보다는 은밀하게 책을 빌리는 사람들, 즉 책을 빌려갔다가 자신이 빌려간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는 수도사들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주교들은 죽으면 자신의 책궤를 기증하곤 했으므로 점차 수도원의 소장도서들이 불어나게 되고 수도사들이 책을 읽는 열람실이라는 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 사슬에 묶인 책 -
책을 보고싶을 때마다 책궤 열쇠를 가진 서너 명이 모여야 한다는 게 서서히 귀찮다고 느낀 수도사들은 누가 가져가지 못하게 책에다 아예 튼튼한 사슬을 채웠다. 책등은 사슬을 매달 수 없었기 때문에 사슬에 묶인 책들은 대개 책등을 안쪽으로 해서 책장에 꽂히게 되었다. 이렇게 사슬에 묶인 책은 사슬의 길이가 짧으면 움직일 수 없으므로 독서대는 창가에 나란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 서서 보는 이런 독서대들은 17세기까지 남아 있었으며 이러한 형태는 지금도 교회나 성당의 예배당에서 볼 수 있다. 책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을 장식장에 눕혀두던 책들을 세워서 꽂는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고 책의 목록을 적어두게 되었다. 또 책들끼리 사슬이 꼬이거나 사슬에 책이 훼손되자 사람들은 책을 보관하는 다른 방법들을 모색하게 된다.
- 서점의 진화 -
17세기의 서점 주인들은 낱장으로 책을 팔았다. 당시에는 접지만 해놓은 종이를 사거나 인쇄된 종이 묶음을 사는 것이 관례였고 출판업자들도 아예 제본을 하지 않았다. 다 읽고 나면 버리거나 잡지처럼 둘둘 말아 아무렇게나 보관하기도 했지만 귀한 책들은 제본을 해서 책장에 꽂아두었다. 가치가 없는 책을 제본하는 것을 창피하게 여긴 이러한 관례는 다 읽은 책을 창밖으로 버린 나폴레옹이나 읽은 페이지들을 한 장씩 찢어서 버린 어느 서평자와 비슷하다.
최근의 인터넷 서점들은 옛날 서점과는 달리 소비자에게 서가를 직접 보여줄 필요가 없다. 이런 가상 서점들은 소장도서가 무한하고(실제로 소장한 것도 아니다), 또 가격도 매력적이기 때문에 그 편리함이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러나 이런 인터넷서점들은 검색 기능은 뛰어나지만 컴퓨터화된 카탈로그처럼 한계도 있다.
저자는 또 세계대전 뒤에 나온 마이크로폼이 한때 도서관의 책들을 모두 대체할 거라고 했지만 부분적으로만 수용했듯이 \"시디롬\"과 이른바 한 도서관의 책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오버북\"도 아직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이른바 전자책들은 사용하기 쉽고 매력적이긴 하지만 진짜 책들을 상업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여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이른바 컴퓨터용 디스크에 기록된 작은 상품들은 선반에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또는 절도범의 호주머니 속으로 쏙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서점에서 파는 책 크기로 포장해서 팔게 될 것이므로 미래의 서점도 지금의 서가와 비슷한 모습일 것이라 주장한다.
- 넘쳐나는 책들은 어떻게 하는 걸까 -
점점 책들이 넘쳐나면서 책꽂이는 천장까지 올라가고 그것도 모자라 바퀴를 단 움직이는 책꽂이와 밀집 장서 시스템들이 개발되었지만 현대의 서점과 도서관들은 보관할 장소 물색에 골치가 아프다. 심지어 어떤 도서관은 사람들이 빌려간 책들을 반납하지 않도록 권장하면서 소장도서의 반수를 바깥에 두는 식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서점은 새책이 나오면 헌책을 뽑아버리고 그 자리에 둬도 되지만 소장이 목적인 도서관들은 옛날 책들을 어떻게 하는 걸까? 미국의 경우 겹치는 책들은 버리고 사용되지 않는, 이른바 죽은 책들은 임대료가 싼 시외의 창고를 빌어 물류 창고처럼 상자에 꽉꽉 채워 보관하는 방법을 권장한다. 원하는 책은 입력된 목록을 보고 컴퓨터로 찾아서 뽑아온다.
저자소개
헨리 페트로스키는 듀크 대학교 석좌교수로 \"테크놀로지의 계관시인\"이라는 찬사와 함께 \"박식하고, 재치있고, 사려깊고, 읽기 쉬운\"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국내에도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연필} 같은 일상생활의 사소한 물건들의 역사를 추적하는 그의 독특한 작품들이 소개되면서 많은 마니아 독자들이 생겨났다.
페트로스키는 이번엔 책과 서가로 관심을 옮겨 자신의 보물 창고인 도서관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학도서관들과 공립도서관, 그리고 중세의 희귀본들을 소장하고 있는 유서깊은 영국의 도서관들까지 샅샅이 훑으면서 책들이 오늘날처럼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이 필연적인 일이었나 하는 질문을 던진다.
풍부한 삽화와 작은 것을 놓치지 않는 저자의 세심함이 담긴 이 책은 책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구텐베르크의 활자 혁명 이후에 인간은 어떻게 책을 대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흥미로운 일화들로 풀어나간다. 부록의 \"서가의 책 정리\"는 매일매일 책이 쌓이는 서점과 도서관은 물론이고 책이 있는 방이라면 어디에나 유용한 지침이다.
정영목은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많은 책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쥬라기 공원} {거리의 변호사} 같은 흥미진진한 책에서부터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같은 문학 작품들과 조셉 캠벨의 {신의 가면 3} {마르크스} 같은

목차
1장 보이지 않는 책꽂이 ...15
2장 두루마리에서 코덱스로 ...49
3장 중세의 도서관 ...72
4장 사슬에 묶인 책 ...94
5장 책장의 진화 ...119
6장 서재와 수집가들 ...155
7장 벽이라는 공간 ...195
8장 책과 서점의 미래 ...220
9장 서고의 공학 ...252
10장 책들의 묘지 ...287
11장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 ...323
옮기고 나서 ...351
부록: 서가의 책 정리 ...357
참고도서 ...377
찾아보기 ...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