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성매매 공간안에 있는 여성들의 삶을 파헤치며 큰 피해 못지 않게 존재하는, 언뜻 하찮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작은 피해', 쉽게 드러나지 않는 좀더 세세한 불이익들. 또한 열악한 상황 이면에 존재하는 그들 내부의 생명력, 스스로가 진단하는 삶의 문제, 미처 다 드러내지 못했던 목소리, 성매매 체제의 변화 이전에 그들이 꿈꾸는, 하루하루 겪는 일상의 변화와 같은, 여성들의 다양한 삶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있다.


출판사 서평
성매매 공간의 안과 밖이 만나는 여덟 가지 이야기
지난 군산 화재 사건 등은 여성들의 인권 현실을 사회 일반에 알리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이를 계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된 성매매를 둘러싼 대안 논쟁은 법 개정 등을 둘러싼 공방과 NGO들의 목소리 내기로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해졌다. \"성매매는 중대한 범죄 행위입니다\"라는 여성부의 스티커가 지하철 광고판에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정부 역시도 이전에 비해 고심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정작 그 공간 안에서 여성들이 겪는 일상의 문제는 과연 얼마만큼 변화하고 있을까? 한국인권...
성매매 공간의 안과 밖이 만나는 여덟 가지 이야기
지난 군산 화재 사건 등은 여성들의 인권 현실을 사회 일반에 알리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이를 계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된 성매매를 둘러싼 대안 논쟁은 법 개정 등을 둘러싼 공방과 NGO들의 목소리 내기로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해졌다. \"성매매는 중대한 범죄 행위입니다\"라는 여성부의 스티커가 지하철 광고판에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정부 역시도 이전에 비해 고심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정작 그 공간 안에서 여성들이 겪는 일상의 문제는 과연 얼마만큼 변화하고 있을까? 한국인권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용감한 여성들, 늑대를 타고 달리는』은 성 판매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일상 속의 인권을 밀도 있는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권'이란 대부분의 언론 매체가 호응할 수 있는 '큰 피해', '극명하게 가시화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인권'에 그치지 않는다. 성매매 공간의 다면성을 구석구석 훑고 여성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빼놓지 않고 담아 내고 있으며, 자칫 대의명분 속에 묻힐 수 있는 성 판매 여성의 일상 속의 '인권'에 대해 말한다.
성 판매 여성들의 \"존재와 지위 보장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피해자'라는 주장뿐\"임을 비판하고 있는 점은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지금껏 조명하지 않았던 성매매 공간의 다면성을 그리는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또한 성매매를 둘러싼 법과 제도에 관한 논쟁을 펼치는 '배운 사람들'을 향해 \"입만 살아 있는 붕어들\"이라며 일침을 가하는 한 여성의 말은 다소 감정이 동반된 것이라 하더라도 예사롭게 넘기기 힘들다. 사실 대부분의 '매춘 여성'에 대한 보고들은 여성들이 겪는 피해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 과정에서 여성들이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일상 속의 세세한 고민과 권리는 여전히 여성들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또한 여성들의 일상의 권리를 밝히고 대변하는 행위가 자칫 '성매매 인정(?)\u003d합법화'라는 단편적인 인식으로 상승할 수 있기에 매우 조심스러워했던 것이 사실이다. 성매매 공간은 사회 일반의 언론 매체에서 보여주는 일면 혹은 진보 진영에서 이야기하는 일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다양함과 그 안에 단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고유하고 특수한 성격들이 자리하고 있다.
누가 어떤 눈길로 성매매를 이야기하는가에 따라 보여지는 면은 다르다. 10년 가까이 성매매 연구(혹은 현장 활동)를 해온 필자들은 솔직한 자기 성찰과 함께 성매매 공간의 안과 밖, 그 경계선을 고찰하고 있다. 일부는 직접 여성들을 만났고, 일부는 묻혀진 옛 이야기들을 모으기도 했다. 이 책이 지니고 있는 남다른 의미는 철저하게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냈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성매매 공간에 있는 혹은 벗어난 여성들의 삶을 지원하고 있는 '막달레나의 집'의 17년 동안의 활동이 밑바탕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막달레나의 집은 \"실제적인 여성들의 삶\"을 수용하는 탄력적인 자세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이 원칙은 『용감한 여성들, 늑대를 타고 달리는』이라는 책을 기획하면서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저자 소개
저자
원미혜 :「한국 사회의 매춘 여성에 대한 통제와 착취에 관한 연구」 (이화여대 석사학위 논문, 1996), 「일본의 공창 제도 연구」 (아시아여성학센터, 2000), 「성매매 방지를 위한 국외 대안 사례 연구」 (여성부, 2002) 등을 진행했다. 1998년부터 한국여성연구원 전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공저로 『섹슈얼리티 강의』 (동녘, 1999)가 있다.
엄상미 : 1993년부터 1999년까지 기지촌 현장 단체를 거쳐 매매춘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에서 활동했다. 다큐멘터리 「성매매 거리에서 쓴 꿈에 관한 보고서」와 「가출 이데아: 밀리오레에서 길을 잃다」를 기획했으며, 공저 『막달레나, 막 달래나?』 (개마서원, 2000) 등이 있다. 여성들의 삶(일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하고 있다.
백재희 :「외국 여성의 한국 성산업 유입에 관한 연구: 기지촌의 필리핀 여성을 중심으로」(이화여대 석사학위 논문, 2000), 「성 산업으로 유입된 외국인 여성에 관한 현장 실태 조사 연구」 (한국교회여성연합회, 1999), 「성매매 방지를 위한 국외 대안 사례 연구」 (여성부, 2002) 등을 진행했다. 비영리 복지 시설의 운영 재원을 마련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효희 :「십대 여성의 성적 서비스 경험에 관한 연구」(이화여대 석사학위 논문, 1997), 「십대 여성의 성산업 유입 실태 및 방지 대책 연구」 (여성특별위원회, 1999), 「성매매 방지를 위한 국외 대안 사례 연구」 (여성부, 2002)를 진행했다. 1997년부터 청소년 쉼터 프로젝트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쳉실링(Cheng Sealing) : 영국 옥스퍼드대학 인류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2002년 1월, 기지촌의 필리핀 엔터테이너를 피해자 논의에서 이주자 논의로 인식하는 이론 작업을 했다. 현재 홍콩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섹슈얼리티에 관한 강의를 맡고 있으며 다른 연구로는 \"Assuming Manhood: Rrostitution and Patriotic Passions in Korea\"가 있다.
엮은이 삶을 나누는 여성들, 막달레나의 집
우여곡절 끝에 성매매 업소에서 벗어난 여성들, 성매매 현장에서 벗어난 뒤, 그들이 가장 먼저 부딪치는 것은 쉽게 떨쳐내지 못하는 지난 시절의 기억들이다. 머리속의 기억뿐 아니라 제 몸과 습(習)에 남은 기억들이 삶을 대하는 용기로 토닥여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세상이 던져 준 편견과 그들이 품고 있던 세상에 대한 편견들도 결국 뛰어넘어야 할 만만찮은 벽이다. 그래서 가끔은 처음의 다부진 각오와 달리 회의와 갈등을 겪을 때도 있다. 하지만 복닥복닥 함께 삶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기에 조금은 견딜 만하다. 서울 하늘 아래에 둥지를 틀고 있는 막달레나의 집, 이곳은 그러한 여성들이 식구를 이루어 사는 그들만의 작은 공동체이다. 1985년 7월 22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지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막달레나의 집은 상담을 비롯, 교육, 의료, 전업 등 재활을 위한 다양한 과정을 지원하며 성매매 지역에서의 아웃리치 서비스,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연대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서울의 쉼터 외에도 성매매에서 벗어난 중·장년 여성들의 조건 없는 휴식과 재활 사업을 진행하는 장기 쉼터 '시골집'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목차
원미혜, 「늑대를 타고 달리는 여성들과 함께」
이효희, 「우리가 그 소중함을 알 수 있다면」
엄상미, 「'갈보' 혹은 '성 노동자'의 인권론」
백재희, 「그래도 나는 괜찮은 여자다」
이효희, 「가리베가스의 십대들」
백재희, 「I’m entertainer, I’m not sex worker」
쳉실링, 「사랑을 배우고, 사랑에 죽고」
엄상미, 「어떤 역사: 성매매 지역 여성들의 자치조직, 개나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