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없다면 투쟁할 수 없고 투쟁이 없다면 존재론적 요구로서의 희망도 사라지고,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게 되며, 희망 없음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희망 없음은 비극적인 절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희망을 그리는 교육학이 필요하다. 이 책은 저자의 정치적 신념과 문맹퇴치 운동의 본질을 밝히고 있으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급진주의와 관용을 옹호하고 분파주의와 보수적이고 신자유주의적인 포스트모더니티에 반대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이 책은 프레이리가 자신의 삶을 회상하며 연대순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전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프레이리의 개인사보다는 그의 교육사상과 실천의 영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프레이리 교육?사상의 집약체인 《페다고지》』의 탄생 계기, 과정, 그리고 《페다고지》가 불러온 많은 비판에 대한 반성과 해명, 《페다고지》에서 정립되었던 이론의 보충과 확장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는 이 책은 《페다고지》의 의미를 현재에 되살리고, 그 이론을 실천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려는, 프레이리 삶이 농축된 투쟁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프레이리가 《페...
이 책은 프레이리가 자신의 삶을 회상하며 연대순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전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프레이리의 개인사보다는 그의 교육사상과 실천의 영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프레이리 교육사상의 집약체인 《페다고지》』의 탄생 계기, 과정, 그리고 《페다고지》가 불러온 많은 비판에 대한 반성과 해명, 《페다고지》에서 정립되었던 이론의 보충과 확장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는 이 책은 《페다고지》의 의미를 현재에 되살리고, 그 이론을 실천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려는, 프레이리 삶이 농축된 투쟁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프레이리가 《페다고지》에서 궁극적으로 말하려고 했던 것, 그리고 이 책《희망의 교육학》에서 그가 제삼 제사 확인하려 하는 것은 \"교육이란 교육자가 피교육자에게 사물 또는 내용에 대한 설명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이러한 주입식 교육을 프레이리는 돈을 맡기고 찾아가는 저축에 비유해, '예금 banking'이나 '예탁 depositing'이란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피교육자에게 그들의 '세계 읽기'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교육은 가능한가?
문맹자가 많았던 제3세계 민중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을 교육의 주된 목표로 삼았던 프레이리에게 글을 읽는다는 것(프레이리가 '문해文解'라고 설명하고 있는 이 개념은 그의 여러 저작에서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강조되고 있다)은 중립적일 수 없으며 따라서 '세계 읽기'가 선행되어야 할 문제였다.
\"단어를 읽고 쓰는 것은 세계를 읽음으로써 획득되는 것이다. 세계를 읽는 것은 단어를 읽는 것보다 앞서는 행위이다. 세계를 읽고 또 다시 읽는 비판적인 연습은 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에게 단어를 읽고 쓰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과학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교육적으로 그들을 무력하게 하는 것이다.\"(본문 123쪽)
그의 이런 생각 때문에 프레이리의 반대자들은 그가 \"지나치게 정치화되었다\"는 이유로 그에게 \"교육자의 지위를 부여하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프레이리는 '교육의 중립성'이라는 말에 코웃음을 칠 뿐이다.
\"시공간이 제로인 상태에서의 교육실천, 즉 아주 추상적이고 만져볼 수 없는 이상(理想)에만 전념한다는 의미에서 중립적인 교육실천은 없으며, 있어본 적도 없다. 그러한 것이 있다고 사람들을 믿게 하거나 이것이 진리라고 무모하게 확신하거나 확신시키려는 시도는, 논란의 여지 없이 불의로 인해 피해받는 사람들의 저항 가능성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정치적 실천이다. 그러한 교육실천은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숨기지 않고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다른 실천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이다.\" (본문 121쪽)
피교육자 눈높이에 맞는 교육실천의 필요성
프레이리는 교육자가 자기 나름의 투철한 지향성을 가지고 있어도, 자신의 세계에 피교육자를 무조건 끌어들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 방식이야말로 권위주의적 교육의 첫걸음이며 지식인의 오만함이라는 것이다. 그는 피교육자의 '세계 읽기'는 교육자가 피교육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터득된다고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프레이리에게 언어란 바로 문화이며, 언어를 받아들이는 것은 피교육자의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피교육자의 삶과 분리되지 않는 교육실천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민주적 민중 교육, 즉 희망의 교육학이 해야 할 일이다. 희망의 교육학에서는 민중계급에게 권위적이거나 분파주의적인 어려운 표현양식이 아니라, 민중 자신의 언어를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 이 언어는 민중의 현실에서 생겨나서 그들의 현실로 돌아가며, 그들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직감과 계획 그리고 기대를 그려낸다. 민중 교육의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는 언어를 시민의식을 창조하는 지름길로 보는 것이다.\"(본문 60쪽)
이는 피교육자가 교육자의 담론에 따라 움직이는 객체가 아니라, 피교육자가 자기에게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깨닫고 스스로 '인식하는 주체'가 된다는 변증법적 사고로 귀결된다. 변증법적 사고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행위는 하나의 커다란 과정 속에 있는 '계기'일 뿐이다. 피교육자는 대상을 인식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게 되며, 교사 역시 가르치는 행위 속에서 이미 알고 있는 것, 이미 인식하고 있는 것을 다시 인식하게 된다. 달리 말하면, 교사는 피교육자의 인식 안에서 교육자 자신의 인식을 개조하게 되는 것이다.
\"가르치는 것이란 학생의 인식 행위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교사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것을 탐구해 보는 인식 행위에 의해 획득되는 형식이다. 따라서 가르치는 것은 창조적인 행위이고 비판적인 행위이지, 기계적인 행위가 아니다. 교사와 학생의 호기심은 언제나 살아 움직이고 있으며, 가르치고-배우는 토대 위에서 교차한다.\" (본문 127쪽)
민중들의 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교육철학
본격적인 이론서라고 하기보다는 프레이리의 삶의 궤적 안에서 에세이 형식으로 씌여진 이 책에는, 프레이리가 직접 체험하거나 보고 들은 수많은 시행착오, 그리고 프레이리 자신이 농민과 마주 앉아서 그들의 '노예근성', '적응 양식'을 깨우쳐 주는 재미있는 일화가 많이 소개되어 있다. 예컨대 망명중인 프레이리가 칠레에 있을 때, 농민들의 야간 문화서클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보통의 경우 프레이리는 농민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그 모임에서 대화에 끼여드는 걸 삼가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주장하는 '언어적 어려움' 즉, 교육자이자 지식인인 자신의 언어가 농민들의 자유로운 토론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농민 모임에 두세 번 방문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농부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졌다. 그래서 하루는 토론에 직접 참석하겠다고 나섰다. 토론은 활발히 진행되었고, 질문과 답변이 오고갔다. 그러나 곧이어 당혹스러운 침묵이 찾아왔다. 분위기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어색해졌지만 프레이리는 결코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얼마 후, 마침내 한 농부가 입을 열었다.
\"실례합니다만, 선생님, 저희도 얘기를 좀 해도 될까요? 물론 말씀하시는 분은 선생님이라는 건 잘 알지만요. 선생님은 많이 아시고 저희는 잘 모르니까요.\"
그는 어색한 침묵이 흐를 때, 먼저 말을 꺼내지 않고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던 이유를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다.
\"실로 무의미한 것은, 내가 이 농부들의 침묵을 내 말로 메워 넣어서 그들이 방금 말한 이데올로기(배운 사람이 말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내가 농부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들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아는 척하면서 '권력의 이데올로기 또는 이데올로기의 권력'에 관해 박사 같은 태도로 강의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무의미할 것이다.\" (본문 69쪽)
프레이리는 농부들이 \"선생님은 많이 아시고, 저희는 잘 모른다\"는 의식을 깨트려 주기 위해 농부들에게 퀴즈 풀이를 제안했다. 프레이리와 농부들이 교대로 문제를 내서 답을 맞추면 맞추는 쪽이 1점을 획득하는 못 맞추면 문제를 내는 사람이 1점을 획득하는 방식이었다. 프레이리는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 무엇입니까?' '헤겔이 마르크스의 사상에 미친 영향은?' 등과 같은 문제를 냈고, 농부들은 '토양의 석회화가 무엇입니까?' '녹색 비료란 뭘까?' 등과 같은 문제를 냈다. 퀴즈 게임의 최종 결과는 10대 10 동점이었다. 양측 모두 한 문제도 맞추지 못했다. 농부들과 작별 인사를 하면서 프레이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러분이 모르고 있는 열 가지를 알고 있고, 여러분은 내가 모르는 열 가지를 알고 있습니다. 이 점을 명심합시다.\"
얼마나 멋진 교육인가. 자기들은 모르기 때문에

목차
여는말 ... 9
내 고통의 고고학 ... 19
페다고지의 탄생 ... 77
산 경험에서 나온 지식 ... 129
민중 교육과 세계 읽기 ... 163
해방을 위한 대화 ... 213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위하여 ... 243
영원한 통일 영원한 희망 ... 287
주석 ... 315
아나 마리아 프레이리 후기 ... 371
역자 후기 ... 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