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세기, 지상의 행복을 위하여! 프랑스에서 서로 다른 문화들이 어떻게 공존을 모색하고 발전해왔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프랑스식 공존의 원리와 틀, 그리고 그러한 정신이 배어나는 삶과 역사가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판사 서평
■ 프랑스식 공존의 원리와 틀
프랑스는 문화정체성을 수호하려는 의지가 남다른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프랑스가 ‘문화에 대한 예외’를 주장하면서 다시 한번 입증된 바 있다. 문화정체성에 대한 프랑스의 이와 같은 애착은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일까? 절대왕정기부터 대혁명을 거쳐 세계 각지에 광대한 식민지를 건설했던 제국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문화의 종주국이었다는 자부심도 분명 작용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하고 또 우리가 흔히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다...
■ 프랑스식 공존의 원리와 틀
프랑스는 문화정체성을 수호하려는 의지가 남다른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프랑스가 ‘문화에 대한 예외’를 주장하면서 다시 한번 입증된 바 있다. 문화정체성에 대한 프랑스의 이와 같은 애착은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일까? 절대왕정기부터 대혁명을 거쳐 세계 각지에 광대한 식민지를 건설했던 제국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문화의 종주국이었다는 자부심도 분명 작용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하고 또 우리가 흔히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해온 사회라는 점이 아닐까.
프랑스의 다채로운 지형과 기후 그리고 프랑스 사회의 다양한 인적 구성은 각 지방마다 그리고 각 공동체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풍속과 종교, 언어를 낳았다. 종교전쟁처럼 서로 다른 신념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들은 타인의 견해를 인정하는 관용의 정신을 낳았고 문화상대주의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프랑스가 오늘날 다양한 문화의 공존과 그들의 역동적인 조화를 지향하는 나라로 주목받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유산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 책의 제목을 『프랑스, 하나 그리고 여럿』으로 정한 것도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서로 다른 문화들이 어떻게 공존을 모색하고 발전해왔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프랑스식 공존의 원리와 틀, 그리고 그러한 정신이 배어나는 삶과 역사가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차도르 사건’과 라이시테
프랑스 공화국 정부는 종교적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중립이다. 대혁명 때 표명된 이 정신은 프랑스에서 역사적으로 박해를 받아왔던 종교인 신교와 유대교 입장에서는 해방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정치적인 것’에 어떠한 ‘종교적인 것’의 그림자도 드리우지 않는 정신인 라이시테는 정치와 종교가 어느 나라보다 밀접하게 엮여 있던 프랑스의 역사가 만들어낸 산물로, 오늘날 프랑스 시민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다. 정치뿐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 원칙은 견지되어야 하며 특히 공교육에서 라이시테 원칙 고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교육 기관 내에서 학생이나 교사가 자신의 종교를 겉으로 드러내는 표시를 하는 것, 예를 들면 유태인 남학생들의 빵모자나 이슬람 여학생의 차도르 착용은 금지된다. 그런데 이 라이시테 정신은 종종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며 해석을 둘러싸고 프랑스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드러내기도 한다. 1989년 파리 교외의 한 중학교는 이슬람 여학생 세 명의 퇴학을 결정했다. 여학생들이 계속 차도르를 쓰겠다고 고집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인이라면 누구나 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리해보았을 정도로 ‘차도르 사건’은 매스컴과 전국민의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프랑스인의 견해는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첫째 라이시테 개념을 거부하는 그룹, 둘째 라이시테의 관용적인 적용을 주장하는 그룹, 셋째 라이시테의 원칙적인 적용을 주장하는 그룹. 공화국을 통합하는 이념 가운데 하나였던 라이시테는 이제 실제적인 적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게 되었다. 일견 종교 문제에 국한된 것처럼 보이는 차도르 사건에는 프랑스 사회가 안고 있는 난제들인 교육, 이민, 사회 통합 문제가 중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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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롱과 함께 옳기보다는 사르트르와 함께 틀리는 게 더 바람직했다.”
이 책에서 우리는 볼테르-졸라-사르트르-부르디외로 이어지는 프랑스 지식인의 앙가주망 전통을 그려볼 수 있다. “지적 활동이라는 사변의 영역과 참여라는 실천의 영역을 결합시킨 사람, 사회 정치 분야의 특별한 전문가가 아니면서 그에 대해 공적으로 어떤 태도를 표명할 결심을 한 다른 영역의 전문가”라고 지식인을 정의한 사르트르의 생각은 1970년대 프랑스 젊은이의 아침 식탁에서 머리와 가슴을 채우는 일용할 양식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말 마르크스주의 투사로서 사르트르가 저지른 과오 목록이 작성되면서 그의 경쟁자인 레이몽 아롱이 훨씬 더 정확하게 역사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사르트르의 실명(失明)과 아롱의 선견지명을 슬프게 확인한 사람들은 말했다. “아롱과 함께 옳기보다는 사르트르와 함께 틀리는 게 더 바람직했다”고. 레지스 드브레는 2000년에 출판한 『지식인의 종말』에서 지식인을 비판하며 지식인의 병명을 집단 자폐증, 현실감 상실, 전망 부재, 도덕적 나르시시즘, 즉흥성이라며 몰아붙였다. 지식인의 자리매김이 점점 어려워지고 ‘철학의 죽음’이라는 말까지 들먹여지던 때, 들뢰즈는 다음과 같은 말로 사회와 역사와 지식인의 관계를 정리한다. “철학의 죽음? 정말 바보 같은 소리요! 어리석음이 존재하는 한 철학은 죽지 않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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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정심으로 이 신문을 사지 마시오.”
프랑스인은 파업이나 시위를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당연한 권리로 본다. 1995년 11월과 12월에 걸친 공공 부문 총파업 때 대중교통이 완전히 마비되어 시민들이 겪은 불편함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노동자들의 이기심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으나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파업 지지율은 55～65%에 달했다. 대혁명에서 비롯된 연대의식은 프랑스의 노숙자에게서도 엿볼 수 있다. 프랑스 사회는 노숙자를 사회 활동을 포기한 사람이 아니라 프랑스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사람으로 보고 공식적으로 관심을 갖고 생존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적십자, 구세군, 가톨릭 자선단체와 민간 자선단체, 파리 시와 교통부는 ‘24시간 구호센터’와 ‘야간침대’ ‘연대를 위한 트럭’ ‘식량은행’ 등을 운영해 구호 활동을 펼친다. 뿐만 아니라 노숙자들 자신도 자활을 위한 활동을 한다. 노숙자들은 1993년에 처음 『마카담』이라는 ‘노숙자들의 신문’을 발행한 이래 그해 말까지 『가로등』『거리』『기아의 시대』라는 신문을 발간하였다. 타블로이드판 10여 쪽에 불과한 이 신문들의 표지에는 10프랑이라는 가격과 함께 노숙자 판매원 몫이 6프랑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어떤 신문은 지하철 역사에 벽면 광고까지 붙였는데 이런 문구가 눈에 띈다. “동정심으로 이 신문을 사지 마시오.” 동정이 아니라 연대를 바라는 프랑스 노숙자들의 당당한 태도를 볼 수 있다.

목차
■ 머리말
제1부 프랑스적 가치
신의 왕국에서 인간의 사회로?라이시테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하여?솔리다리테
공존의 원리?톨레랑스
행동하는 지성?앙가주망
또 다른 삼색기-자유 이성 쾌락?자유사상
과거 존중과 개혁성?아르카이슴
제2부 프랑스인의 열정
영원한 수도?파리
여전히 소중한 울타리?가족
프랑스 여성의 어제와 오늘?여성
모자이크 사회-통합과 균형?이민자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 하나의 언어?프랑스어
프랑스 문화 예술의 현주소?문화 예술
토론과 논쟁-출판 신문 방송?미디어
제3부 프랑스 사회
권력의 집중에서 분산까지?정치
프랑스식 자본주의?경제
나폴레옹 법전의 상속자들?사법
연대의식의 제도적 실현?사회보장
교육의 민주화와 엘리트 양성?교육
지배의 무기에서 연대의 고리로?프랑스어권
유럽 통합, 이상인가 국익인가?유럽연합
제4부 간추린 프랑스 문화사
그들의 조상, 골족?프랑스의 기원
중세는 암흑의 시대였던가?중세
화려한 문예부흥과 종교전쟁?16세기
혼란에서 질서와 균형의 시대로?17세기
빛의 세기, 지상의 행복을 위하여?18세기
브루주아 시대와 새로운 감수성?19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서?20세기
■ 참고문헌
■ 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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