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곡은 일체의 자유를 빼앗긴 채 주인의 사적 소유물로 취급받던 노예와 달리 어느 정도 자유를 누리던 자유민이었다. 또한 비록 천민 신분이었으나 무장력을 매개로 부곡주와 인격적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러한 부곡의 인간관계망에 대한 고찰은 천민을 단순 피지배 계급으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이 중심에 선 역사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출판사 서평
1. 중국의 부곡, 역사를 찾아서 인간을 찾아서
기존의 역사학은 지배 대 피지배라는 이분법을 전제로 계급간의 대립이나 지배층의 삶에만 관심을 가져왔다. 그 결과 역사에서 수많은 하층민들의 실제 삶?은 사라졌고, 역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간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역사를 현실 정치에 영합하기 위한 혹은 현실을 비판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했던 과거의 역사학에서 인간이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 중국의 부곡, 잊혀진 역사 사라진 인간 》(책세상문고?우리시대 099 )은 중국 중세의 예속민 부곡(部曲)...
1. 중국의 부곡, 역사를 찾아서 인간을 찾아서
기존의 역사학은 지배 대 피지배라는 이분법을 전제로 계급간의 대립이나 지배층의 삶에만 관심을 가져왔다. 그 결과 역사에서 수많은 하층민들의 실제 삶은 사라졌고, 역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간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역사를 현실 정치에 영합하기 위한 혹은 현실을 비판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했던 과거의 역사학에서 인간이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 중국의 부곡, 잊혀진 역사 사라진 인간 》(책세상문고?우리시대 099 )은 중국 중세의 예속민 부곡(部曲)을 통해 이러한 기존 역사학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한다. 부곡은 일체의 자유를 부정당한 채 주인의 사적 소유물 취급을 받던 노예와 달리 어느 정도 개인적 자유를 누리던 자유민이었다. 또한 비록 천민의 신분이기는 했으나 무장력을 매개로 부곡주(部曲主)와 인격적 유대 관계를 맺고 있던 예속민이었다. 이러한 부곡의 인간 관계망에 대한 고찰은 과거의 천민을 단순히 억압받던 지피배 계급으로 바라보던 계급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울러 부곡의 삶에 대한 생생한 재현을 통해 그들의 시대와 그들이 맺었던 구체적인 관계망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중심에 선 역사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 부곡, 인간관계망을 말하다
우리는 핏줄, 고향, 직장 등을 통해 다양하게 맺어진 인간관계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중국은 콴시〔관계(關係)〕, 즉 친분과 호의의 상호 교환을 전제한 일종의 사회적 연계망이자 안전망으로 엮인 국가다. 중국과 중국인을 이해하기 위한 코드로 콴시가 가장 먼저 제시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관계망과 그 관계를 지탱해주는 이념, 그리고 그 이념에 따른 행동 양식은 시대가 변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즉 과거의 인간관계망은 현대의 인간관계망의 원형과 특성을 추출할 수 있는 거울이다.
저자는 이런 점에 착안하여 중국 중세의 부곡을 통해 과거의 인간관계망을 살핀다. 이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부곡은 국사책에서 한번쯤 접해본 향(鄕), 소(所), 부곡의 부곡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고려 시대에 존재했던 부곡이 국가의 공적 통제를 받는 관천민(官賤民)이었던 것과 달리 저자가 고찰하는 중국 중세 시대의 부곡은 일반 사가(私家)에 예속된 사천민(私賤民)이었다. 2세기 후반인 후한 말, 신망과 충성을 바탕으로 부곡주와 인격적 유대관계를 맺으면서 부곡은 관이 아닌 사적 예속관계망에 편입된다. 보유하고 있던 무장력 덕분에 부곡주의 자위적 무장 공동체에 소속되면서 관에 속한 천민과 다른 상급천민이 된 것이다. 그러나 군사 활동이 빈번했던 전란을 겪으며 강한 군사력을 소유한 부곡주의 입지가 확고해지자 부곡의 통솔권은 세습되고, 그에 따라 부곡과 부곡주의 관계는 과거의 인격적 유대관계에서 경제적 예속관계로 변화한다. 여기에 중앙집권적 황제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부곡주 개인의 세력 확장을 간과할 수 없었던 국가가 부곡을 양천제라는 신분 질서 내로 편입시키면서 부곡은 국가의 예속민 신세로 전락한다. 그러다가 부곡주와의 인격적 관계망이 완전히 단절되면서 결국에는 소멸되는 운명에 처해진다.

3. 역사학, 지배 대 피지배의 이분법을 털어버리자
그런데 기존의 역사학은 부곡주와의 인격적 유대관계가 단절된, 사가의 예속민 신세의 부곡만을 부곡의 대표인 양 여겨왔다. 나아가 부곡을 국가적 신분질서하의 천민으로 파악한 뒤, 부곡이 존재했던 시대가 ‘천민\u003d노비\u003d노예’가 존재한 고대 노예제 사회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삼고자 했다. 지배 대 피지배라는 이분법에 얽매여 역사 속에 존재했던 모든 인간관계를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 억압과 저항의 관계만으로 파악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등한 인격적 결합관계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과거의 인간관계를 이러한 이분법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부곡과 부곡주의 초기 관계, 즉 자발적 복종과 인간적 대우를 바탕으로 한 인격적 유대관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과거의 인간관계는 지배 대 피지배로 환원될 수 없는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부곡에서 억압과 차별, 피지배라는 신분의 벽에 허덕이는 하층민의 고단한 삶이 아니라 주인과 인간적 교감을 나눈 자유민의 활기찬 삶을 읽어낼 때 비로소 과거 인간들의 생생한 삶이 녹아 있는 역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낯설고 모호한 존재, 부곡의 일생을 담담하게 그린 목적은 바로 이것이다.

목차
들어가는 말
[제1장] 부곡의 등장
1. 노비와 양민의 사이
(1) 남조의 '동오범(同伍犯)'에 관한 법률 논쟁
(2) 북조의 '약인(掠人)'에 관한 법률 논쟁
(3) 북조 말기의 다양한 예속민
2. 부곡의 탄생
[제2장] 부곡의 성장
1. 부곡의 성장 동력과 성격 형성
(1) 삼국 시대의 부곡
(2) 진, 남조의 오보 - 자위적 성격의 무장공동체
(3) 부곡의 구성원
(4) 북조의 부곡
2. 경제적 예속관계망과의 결합
(1) 객과 부곡의 일체화
(2) 부곡과 서양 중세의 농노 비교
[제3장] 부곡의 활동
1. 부곡의 활동 무대와 활동 분야
2. 예속 주체와의 관계망
(1) 양천제와 부곡
(2) 부곡주와 부곡의 차등
(3) 부곡주와 부곡의 인연
[제4장] 부곡의 노년
1. 무대 퇴장과 일시적인 부활
2. 관계망의 종식
맺는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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