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는 16세기 르네상스에 마침표를 찍고 17세기 바로크 시대를 연 이탈리아의 천재화가이다. 그의 삶은 폭행, 결투, 도피, 살인, 투옥 등으로 속된 삶이었으나 그의 작품세계는 성(聖)의 의미를 찾는 작업이었다. 미술가로서가 아닌 신학자의 시각에서 다루어진 이 책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잔인한 살인미학이 넘치는 종교화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이삭의 제사〉, 〈목 잘린 세례 요한〉,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 〈세례 요한의 목을 쟁반에 들고 있는 살로메〉 등의 작품들을 통해 “신의 이름 하에 저질러지고 있는 살인 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독자들에게 화두를 던진다.
■기획의도 16세기 르네상스에 마침표를 찍고 17세기 바로크 시대를 연 이탈리아의 천재화가 카라바조(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0)는 괴팍하고 광기어린 성격 때문에 모두 15번 정도 수사기록 문서에 이름을 올렸고, 최소한 일곱 번 감옥에 투옥되었다. 카라바조의 삶은 폭행, 결투, 도피, 살인, 투옥 등으로 점철된 속俗된 삶의 행로였지만, 그의 예술은 언제나 속俗의 세계에 숨겨져 있는 성聖의 의미를 찾는 작업이었다. 유럽과 미국 학계에서 카라바조는, 고흐(Vincent von Gogh, 1853-1890)를 능가하는 격정의 삶을 살았던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고, 그에 대한 수많은 전기물이 출간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국민의 문화적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그의 그림이 이탈리아의 10만 리라 지폐 앞면을 장식할 정도로 그의 인기는 매우 높다. 또한 루브르 미술관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서 소설이 시작되는 베스트셀러 《다 빈치 코드》의 첫 페이지에 카라바조의 작품이 언급될 정도이고(작품은 〈카드놀이 사기꾼〉일 가능성이 있다), 영국의 한 가출옥된 죄수는 석방조건을 어기고 2005년 2월 런던에서 열린 카라바조의 특별전시회를 보다가 체포되는 일도 발생했다. 그렇다면 왜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에 활약했던 이탈리아의 화가 카라바조에 주목하는가. 이 책의 저자 김상근은 2000년 10월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Santa Maria Del Popolo) 성당에서 카라바조의 작품 〈성 바울의 회심〉과 〈십자가에 못박힌 성 베드로〉를 보고 감동받게 되었다. 그로부터 5년 동안 카라바조의 그림을 직접 보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미술관을 돌아다녔으며, 이러한 여행과 사색, 지속적인 탐구를 통해서 살인과 광기의 화가였던 카라바조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해부에 들어갔다. 그래서일까, 미술사가로서가 아닌 신학자의 시각에서 다루어진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을 읽는 재미는 색다르다. 혼돈과 폭력이 난무하던 16세기 말, 카라바조는 로마 뒷골목을 오가는 거지, 불량배, 매춘부, 집시, 협잡꾼 등을 그의 그림 속에 끌어들이며 그들을 예수로, 성자로, 막달라 마리아로, 성모 마리아로 둔갑시켰다. 심지어 카라바조는 〈성처녀의 죽음 혹은 영면〉이라는 작품에서는 물에 빠져 죽은 임산부의 시체를 성모 마리아로 표현하는 일까지 있었다. 카라바조의 종교화를 이해하는 열쇠는 \"속俗 속에 깃든 진정한 성聖에 대한 이해에 있음\"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카라바조가 표현한 그림 속의 '예수'와 '성자'의 얼굴 어디에도 인간을 초월한 신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는다. 본문에는 신 앞에 나약한 한 인간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추악함, 고통, 배반, 슬픔, 속임수, 환희의 체험이 담겨 있는 카라바조의 종교화의 속俗 속에 담긴 성聖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관심을 기울이면서 동시에 그 시대 루터와 칼뱅 등 종교개혁의 유혹에 신도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가톨릭교회는 '설교문'과 같은 역할을 했던 예술을 어떻게 동원했는가 되짚고 있다. 또한 개신교 종교개혁자들이 주장하던 '오직 믿음으로 받는 구원'이 카라바조의 작품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도 비교하는 재미를 주고 있다(작품 〈성 마태의 소명〉 참조). 13세에 화가의 길을 선택하고, 20세 경에 어둠의 방식인 '테네브리즘'을 창시한 카라바조. 늘 음습한 로마의 뒷골목을 배회하며 싸움을 벌이다가, 사소한 시비 끝에 결국 살인(1606년 5월 28일)을 저지르고 이후 나폴리-말타-시라큐사-메시나-팔레르모 등으로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머무는 각 지역에 명작을 남긴 그가 \"저기,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나의 스승\"이란 말을 던진 것은 의미심장하다.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은 카라바조의 생애와 작품을 추적하며 진정한 구원은 무엇이며, 진정한 성聖이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집요하게 묻고 있다. 또한 잔인한 살인미학이 넘치는 종교화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이삭의 제사〉, 〈목 잘린 세례 요한〉,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 〈세례 요한의 목을 쟁반에 들고 있는 살로메〉 등의 작품들을 통해 \"신의 이름 하에 저질러지고 있는 살인 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독자들에게 화두를 던지며 심각한 종교적 고찰을 요하고 있다. 저자 김상근은 카라바조 작품의 위대성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카라바조 예술의 위대한 점은 속俗에서 진정한 성聖을 발견하고 성聖을 저 높은 하늘에 있는 하나님의 관점이 아닌 우리가 사는 세속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렸다는 데 있다. 카라바조의 공헌은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모색되어야 할 신학적 고찰의 제목이기도 하고, 우리 인간들의 근본적인 구원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게 하는 도전으로 다가온다.\"

“카라바조 예술의 위대한 점은 속(俗)에서 진정한 성(聖)을 발견하고 성(聖)을 저 높은 하늘에 있는 하나님의 관점이 아닌 우리가 사는 세속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렸다는 데 있다. 카라바조의 공헌은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모색되어야 할 신학적 고찰의 제목이기도 하고, 우리 인간들의 근본적인 구원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게 하는 도전으로 다가온다.”

-저자의 말

카라바조의 시대적 배경

제1장 암흑 속에서 빛을 찾아-화가가 되기 위해 '밀라노'와 '로마'로 향하는 길
제2장 델 몬테 추기경과의 만남-풍요와 안정 속에 솟구치는 창작력, 흐르고 넘치는 작품들
제3장 로마 초기 '종교화'로-거장 미켈란젤로와 격돌하는 카라바조
제4장 예수의 구원의 손길을 짙은 어둠으로 표현하다-로마 중기 종교화
제5장 암흑 속에서의 고독한 성자-로마에서의 마지막 작품들
제6장 꺼져가는 등불-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우는 카라바조의 작품들

부록
카라바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카라바조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17세기 문헌과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