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걀을 깨서라도 신대륙을 발견하려는 문화적 발상과는 달리, 달걀 자체는 숭고한 생명체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생명 의식을 가지고 역사 지평을 열어 나가고자 한다. 이것이 환경오염과 소외와 이기주의와 물질주의에 억눌린 인간의 존엄성을 되살리는 길이라고 믿는다. <강은교. 최동호>
출판사 서평
강은교?최동호 시인이 엮은『드므에 담긴 삽』이 2006년부터 시집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출간하기 시작한 ‘서정시학사’의 시선집 제1권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 시집에는 김종길, 정진규, 최하림, 유안?진, 천양희, 오세영, 신달자 등 원로 시인을 비롯해 김명인, 김승희, 이성복, 김혜순, 이문재, 문인수, 박주택, 김기택 등 중견 시인들과 나희덕, 박형준, 이정록, 문태준, 이장욱, 고두현, 고찬규, 여태천, 장석원 등 젊은 시인에 이르기까지 참여하고 있어 참으로 풍성합니다. 앞으로 ‘서정시학 시선’은 철저히 작품성 위주로 발간한다는 원...
강은교?최동호 시인이 엮은『드므에 담긴 삽』이 2006년부터 시집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출간하기 시작한 ‘서정시학사’의 시선집 제1권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 시집에는 김종길, 정진규, 최하림, 유안진, 천양희, 오세영, 신달자 등 원로 시인을 비롯해 김명인, 김승희, 이성복, 김혜순, 이문재, 문인수, 박주택, 김기택 등 중견 시인들과 나희덕, 박형준, 이정록, 문태준, 이장욱, 고두현, 고찬규, 여태천, 장석원 등 젊은 시인에 이르기까지 참여하고 있어 참으로 풍성합니다. 앞으로 ‘서정시학 시선’은 철저히 작품성 위주로 발간한다는 원칙을 견지해 기존의 시집 시리즈를 뛰어넘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점점 시 독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서정시학 시선’이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한국 시단에 신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_서문

은 한국인들의 역동성과 그 아름다움을 표현한 시집을 연속적으로 간행하여 디지털 시대에 위기에 처한 인간 정신을 지키고 이를 새로운 문화적 코드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우리는 달걀을 깨서라도 신대륙을 발견하려는 문화적 발상과는 달리, 달걀 자체는 숭고한 생명체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명 의식을 가지고 역사 지평을 열어 나가고자 한다. 이것이 환경오염과 소외와 이기주의와 물질주의에 억눌린 인간의 존엄성을 되살리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하여 물레를 돌린 간디의 자세를 하나의 거울로 삼는다.
주체성을 가지고 허세를 경계하면서 좋은 시를 추구하려는 것이다.

이 항해는 멀고 험난한 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첫 시집이자 합동시집인 『드므에 담긴 삽』은 시력 60년에 이르는 원로 시인부터 2006년에 등단한 시인에 이르기까지 참여하여 풍성한 출발을 알리고 있다.

우리의 항해에 기꺼이 동참해준 선후배 시인들께 감사드리고, 더욱 굳힌 자리를 함께 마련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이 맞는 봄 햇살은 참으로 상쾌하다.

-------편저자들 씀--------

이 시집의 제목은 정진규 시인의 「삽」과 정다운 시인의「드므」를 합해 만든 것인데, 그 원문은 다음과 같다.

삽
정진규

삽이란 발음이, 소리가 요즈음 들어 겁나게 좋다 삽, 땅을 여는 연장인데 왜 이토록 입술 얌전하게 다물어 소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일까 속내가 있다 삽, 거칠지가 않구나 좋구나 아주 잘 드는



소리, 그러면서도 한군데로 모아지는 소리, 한 자정(子正)에 네 속으로 그렇게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이 삽 한 자루로 너를 파고자 했다 내 무덤 하나 짓고자 했다 했으나 왜 아직도 여기인가 삽, 젖은 먼지 내 나는 내 곳간, 구석에 기대 서 있는 작달막한 삽 한 자루, 닦기는 내가 늘 빛나게 닦아서 녹슬지 않았다 오달지게 한번 써볼 작정이다 삽, 오늘도 나를 염(殮)하며 마른 볏짚으로 한나절 너를 문질렀다


드므
정다운

고무 다라이를 끌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그 동네엔 빨래터가 있어서 엄마는 자리 맡으라고 먼저 보냈었지만 발로 깨놓은 얼음 다시 설설 아무는데도 아무도 올라오지 않길래
불길이 집 안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남편과 아이가 나간 뒤 여자는 제 집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렀다는데 그리고 문을 닫아버렸다는데, 다라이에는 양말 수 켤레 바람 든 비누 한 쪽 나는 질질 끌면서 엄마를 찾아 뛰어들어가고
아직도 다라이에 물 받아 얼굴을 씻는다 드므, 라는 넓적한 독 불귀신은 장난하러 왔다가 거기 비친 제 얼굴을 보고 도로 달아나버린다지 그 독 안에는 물, 물이 아니라 거울, 머리를 담글 때마다 불에 욱어버린 얼굴이 잠깐 보인 것도 같고
한 독 언 물로는 도무지 끌 수 없었던 그 골목의 방화 ― 몹시 짖던 벽사(?邪)의 개처럼, 파랗게 눈을 켜고 으르렁거리는 밤이면 얼굴에 오려붙인 엉덩잇살은 혼자 놀라 일그러진다, 꽝꽝 언 한 겨울의 드므

* 드므 : 방화수(防火水)를 담아두던 넓적한 독.


{추천의 글}

강은교?최동호가 엮은『드므에 담긴 삽』은 ‘서정시학 시선’의 첫 번째 시집으로 그동안 한국의 시단을 이끌어온 시집 시리즈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일단 주목되는데, 그만큼 무게가 느껴지는 시집이다. 김종길 원로 시인부터 박미산 신인 시인에 이르기까지 참여한 77명의 시인들은 한국의 시단을 현재 이끌고 있고 앞으로도 그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한 순수와 참여, 보수와 진보, 남성과 여성, 기성세대와 신진세대, 고용주와 노동자, 전문가와 비전문가 등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 갈등을 극복하려는 의도를 지닌 수준 높은 시집이기 때문이다.
맹문재(시인, 안양대 교수)

목차
서문
겨울 숲에서 | 김종길
삽 | 정진규
어디서 손님이 오고 계신지 | 최하림
초상화가 좋다 | 유안진
새가 있던 자리 | 천양희
사랑 | 조오현
소금창고에서 날아오르는 노고지리 | 이건청
눈 내리는 온정리 | 오세영
이제 일어서라, 과나코를 찾아서 | 강은교
화살 노래 | 문정희
나무 위의 집 | 노향림
단 두 줄 | 조정권
국화 | 이하석
저 산의 녹음 | 신달자
자전거 | 김명인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연습곡 | 김승희
큰 회화나무 꽃 떨어진 무늬 | 한영옥
흙 묻은 손 | 이준관
혼자 먹는 밥 | 송수권
길에 누워 입는 입 | 이영춘
수 백 만개의 공놀이 | 최동호
집에 가고 싶다 | 이상국
눈물이 없다 | 송재학
정선 | 이성복
지평선 | 김혜순
뱀 | 손종호
구름 마을 | 박태일
오래전 길을 떠날 때 | 남진우
정말 느린 느림 | 이문재
땅바닥에 누워 | 김완성
꼭지 | 문인수
7월, 넝쿨장미, 사랑 | 김경미
문득 나무 그늘 아래 저녁 눈 내릴 때 | 박주택
우리의 아침은 | 고진하
등꽃 그늘 아래 | 장옥관
나무칼 | 허혜정
사이의 새 | 정끝별
버스 | 김기택
존 말코비치 되기 | 나희덕
숨결 | 이희중
지하철은 참 신기하다 | 차창룡
카바레 드 자사생 | 박정대
전생 | 이선영
벚꽃 | 이윤학
‘앉아서마늘까’면 눈물이 나요 | 이진명
구름 저편에 | 조용미
놓친 구름 | 최정례
황사를 들여다보다 | 맹문재
창문을 떠나며 | 박형준
백양나무 숲에 들어 | 고두현
머리맡에 대하여 | 이정록
만년필 교환하기 | 강신애
나는 돌아가 악동(惡童)처럼 | 문태준
우리 함께 행진을 | 이장욱
추석(秋夕) | 장철문
오래된 객지 | 김수우
세인트 헬레나 섬의 오월 | 김 참
우는 아이 | 이현승
동굴의 역사 | 권혁웅
색경(色經) | 박종국
정오 | 배용제
겨울 강가에서 | 고찬규
수박 | 손택수
여름에서 여름으로 | 신해욱
은사시나무 길, | 유홍준
가로수 관리인들 | 김행숙
갈대 등본 | 신용목
잘못된 기록 | 여태천
죽음의 나날 | 방민호
무서운 속도 | 장만호
카페 재클린 | 곽효환
소멸의 초읽기 | 장석원
네 얼굴은 불빛 아래 | 하재연
아이스링크 | 이근화
친구들 | 박원
드므 | 정다운
늙은 호수 | 박미산
시인 소개

<서정시학 시선>은 한국인들의 역동성과 그 아름다움을 표현한 시집을 연속적으로 간행하여 디지털 시대에 위기에 처한 인간 정신을 지키고 이를 새로운 문화적 코드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우리는 달걀을 깨서라도 신대륙을 발견하려는 문화적 발상과는 달리, 달걀 자체는 숭고한 생명체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명 의식을 가지고 역사 지평을 열어 나가고자 한다. 이것이 환경오염과 소외와 이기주의와 물질주의에 억눌린 인간의 존엄성을 되살리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하여 물레를 돌린 간디의 자세를 하나의 거울로 삼는다.
주체성을 가지고 허세를 경계하면서 좋은 시를 추구하려는 것이다.

이 항해는 멀고 험난한 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첫 시집이자 합동시집인 『드므에 담긴 삽』은 시력 60년에 이르는 원로 시인부터 2006년에 등단한 시인에 이르기까지 참여하여 풍성한 출발을 알리고 있다.

우리의 항해에 기꺼이 동참해준 선후배 시인들께 감사드리고, 더욱 굳힌 자리를 함께 마련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서정시학 시선>이 맞는 봄 햇살은 참으로 상쾌하다.

편저자들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