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불온한 사진들.

그 사진을 통해 느끼는 분노는 정당하다. 오히려 우리의 숨쉬는 도덕이 우리를 분노케 하는 것이다.

처연하기까지 한 사진들과, 그에 대한 글을 보고 있노라면, 넘실대는 파도같은 그 분노의 순간을 지나 지금을 사는 우리가, 사진속의 그들이 애틋하고 한없이 진실될 뿐이다.

천천히 천천히, 조금씩만 볼 것, 한꺼번에 모두 다 읽으면, 참을 수 없는 슬픔과 뜨뜻한 분노로 눈물을 흘리게 될 지도 모른다.
세상을 향해 외치는, 선한 이유가 담긴 분노!

시인이자 문화평론가인 조병준의 ‘매그넘 포토 에세이’ 『정당한 분노』가 가야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저널리즘 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사진 분야에서 정상을 달리고 있는 매그넘 사진을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만드는 수많은 불의와 불행들에 맞서 저항하는 몸부림, 그 선한 이유가 있는 분노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불의와 부패와 부도덕이라는 이름의 탱크들이 행진할 때 그 앞을 막아설 수 있는 인간의 거대한 힘을 ‘정당한 분노’라 정의하며, 때로는 인내보다는 분노가 우리의 도덕률이 될 때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단순히 사진에 대한 감상만을 나열한 산문집이 아니다. ‘정당한 분노’라는 주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십만 장이 넘는 매그넘 사진 중에서 심혈을 기울여 31장을 엄선했고, 2년여 동안의 감상과 사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자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불의와 불행에 저항하며 분노해야 한다고 세상에 울리는 외침이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 선한 이유가 있는 분노는 무엇인가. 가난, 전쟁, 질병, 소외, 폭력, 억압, 차별, 탐욕…… 여전히 세상은 인간을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만드는 수많은 불의와 불행들로 가득 차 있다. 굴복하지 말고 그에 맞서 저항하는 몸부림,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그 선한 이유가 있는 분노를 우리는 토해내야 한다. 저자는 불의와 부패와 부도덕이 인내의 한계를 넘었다고 머리가 아니라 몸이 비명 지를 때, 그럴 때 우리는 분노해야 하며, 때로는 인내가 아니라 분노가 우리의 도덕률이 될 때가 있다고 한다. 불의와 부패와 부도덕이라는 이름의 탱크들이 보무도 당당하게 행진할 때, 약하디 약한 살과 피만 가진 인간이 그 앞을 막아설 수 있는 힘은 분노뿐이라고 역설한다. 우리는 자유를 위한 분노, 선한 이유가 있는 분노를 해야 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표출되는 정당한 분노의 모습들!

1989년 중국 북경의 천안문, 거대한 탱크 행렬 앞을 혈혈단신으로 막아선 어느 정신 나간, 무모하고 또 무모한 청년의 뒷모습을 기억한다. 정당한 분노, 탱크 앞을 막아선 저 청년의 몸속을 흐르던 거대한 힘을 저자는 그렇게 부른다. 천안문 광장에 모였던 청년들이 원했던 것은,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찾아 헤매었던 것, 자유! 배고픔으로부터의 자유,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독재로부터의 자유, 불의와 부패와 부도덕으로부터의 자유. 자유를 깔아뭉개기 위해 돌진하는 탱크 앞에서라면 우리는 분노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분노는 정당하다.
자유를 위해 수많은 전쟁과 혁명이 일어났지만 여전히 세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어딘가에는 자유를 갈망하는 분노들이 일어나고 있다. 소총을 든 이스라엘 군대에 맞서 돌팔매질을 하는 팔레스타인의 이름 모를 청년, 반전주의자들에게 총칼을 겨누는 미국 군인들 앞에 꽃 한 송이를 건네려는 여학생, 산살바도르의 이웃을 감시하는 소년병, 베트남의 즉결처형의 ‘피’ 뉴스사진을 들고 있는 미망인, 총알이 스치며 부상을 입은 아프가니스탄의 두 살배기 아이, 엘살바도르 정부군에 의해 학살당한 뒤 20년 만에 치러진 장례식, 온몸이 천연두에 걸린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 체르노빌 방사선 유출로 인해 뇌수종에 걸린 아기, 철거된 뒤 거리에 내몰린 가족…….
저자는 불의와 불행으로 가득 찬 세상을 매그넘 사진과 글로 독자들에게 전해나간다. 가난, 전쟁, 질병, 소외, 폭력, 억압, 차별, 탐욕으로부터 비겁하게 도망치고 있는 우리들에게 일갈한다. 선한 이유가 담긴 분노의 외침이 수천 번, 수만 번 되풀이되다 보면, 언젠가는 자유로운 세상이 꿈처럼 찾아올 것이라고…….
책은 체 게바라에게 보내는 편지로 끝을 맺는다. 단 한 마디, ‘자유’.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매그넘의 사진 에세이!

매그넘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지오와 함께 세계 3대 포토에이전시 중의 하나로, 특히 저널리즘 사진과 다큐멘터리 사진 분야의 세계 최정상을 달리고 있다. 매그넘은 1947년 로버트 카파의 주도 하에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 조지 로저, 데이비드 시모어가 편집장으로부터의 독립, 자신의 필름에 대한 저작권과 그들 자신의 작업에 대한 자율성 보장, 자신의 개성을 사진에 반영하기 위해 창립한 사진 에이전시이다.
매그넘의 정체성은 리포터와 예술가의 융합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기록의 성격을 띠고 있으면서도 사진작가의 시각이 강하게 들어 있다. 매그넘은 ‘상황과 진실을 환기’시킬 수 있기를 원했다. 그들은 세계 역사의 주요 양상들을 목격하고 세상의 불공정과 위대한 순간들을 나머지 인류에게 보여줄 수 있기를 강렬하게 갈망했다. 매그넘의 미학은 인간이 터무니없는 생각을 보다 적게 말하게 하고 사람의 말과 감정이 현실에 보다 적합해질 수 있도록 진실을 보여준다.
매그넘은 기록의 도덕적 힘에 헌신하고 있다. 매그넘의 사진은 타자 간의 거리, 들리는 비명소리와 들리지 않는 비명소리의 거리, 도움을 받는 손과 도움을 받지 못한 손의 자리를 기록해오고 있다. 매그넘의 사진 덕택으로, 지난 60여 년에 걸쳐 안전지대와 위험지대의 윤리적 거리가 시각적으로 증언될 수 있었다.
이 책 『정당한 분노』는 ‘매그넘 포토 에세이’ 시리즈의 첫 책이다. 조병준의 인간 냄새 가득한 ‘글빨’과 매그넘의 미학이 넘치는 ‘찡한 사진’이 어우러져 다큐멘터리다운 사진과 글이 돋보인다. ‘매그넘 포토 에세이’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은 생태평화운동가이자 『야생초 편지』의 작가 황대권이 준비하고 있다.

분노의 눈으로 쳐다보라! / 나는 외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다윗의 돌을 던져라! / 당신에게 이 꽃을 바칩니다 /
소년병을 위하여 / 미안합니다…… I am sorry……
고차틀, 작은 마을이여! / 아가야, 울지 마라 /
이십 년만의 장례식 / 잊혀진, 그러나 사라지지 않은…… /
체르노빌의 유산 / 새로운 시대의 어린 여행자
엄마, 울지 마. 내가 크면 큰 집을 지어줄게 / 불온한 카메라, 불온한 초상
히말라야를 넘어 가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 / 오, 형제여, 먼 길 함께 걸어온 형제여
솟아봐! 중력을 이겨봐! / 메마른 대지에 비를 내려라 /
재난은 개인적이다, 그리하여 총체적이다 / 고통의 축제 /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높은 곳을 향하여 / 평화와 불복종, 그 아름다운 만다라 /
당당하게! 눈을 내리지 말고! 마주보라! / 생긴 대로 살게 내버려 둬! /
낡은 사진 한 장, 그리고 눈물 / 말 달리자! 미래를 향해 달리자! /
자유의 행진 / 내 딸을 어디에 가뒀느냐! /
백만 엄마들의 행진 / 사람에게서 땅을 빼앗지 말라 /
선한 이유가 담긴 분노 - 체에게 보내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