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반적으로 인식론과 논리학은 서양철학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찍이 인도불교에서는 서양보다 더 고도의 인식론과 논리학이 발달했다. 서양논리학에서는 변하지 않는 실체가 있다는 것을 상정하고 합리적 관점에서 인식과 논리를 탐구한다. 그런데 불교논리학에서는 모든 것은 변화하고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무아無我의 입장에서 현실에 바탕한 인식과 논리를 추구한다. 이런 철학적 입장은 오랫동안 동양과 서양의 세계관 전반에 영향을 끼쳐왔다. 그러나 오늘날 서양에서는 불확정성의 원리, 상대성 이론 등의 발견으로 불변의 실체를 전제한 인식논리학의 결함을 인지하고 불교의 인식논리학이 지닌 놀라운 현실성과 합리성을 새삼 깨달아가고 있다. 이것이 지성계에서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서구에서 불교가 각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교의 인식논리학은 우리의 인식, 특히 지각과 추리를 비판적 체계적으로 탐구한다. 그리고 인식의 본질을 외부의 대상인식이 아니라 내부의 자기인식이라 보기 때문에 결국 ‘인식논리’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바로 자기인식, 곧 견성見性이며, 견성이 곧 성불成佛이기 때문에 불교 인식논리학의 궁극적 목표는 곧 성불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인도 불교도에 의한 논리학적 탐구과정과 그 내용을 가능한 한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불교논리학을 체계화한 디그나가와 다르마키르티의 인식론 논리학을 중심으로, 거기에 이르는 불교논리학의 형성과정에 대한 기술과 그 뒤에 전개되는 찰나멸 논증을 비롯한 불교논리학 특유의 이론 해설을 행하고 있다. 또한 존재론 인식론 논리학 진리론 언어철학이라는 다섯 개의 관점에서 넓은 의미의 불교논리학을 기술하고, 찰나멸 논증 등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도 최신의 연구 성과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색이다.

2.
각 장의 개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1장 ‘불교논리학의 구조와 그 의의’에서는 불교논리학의 기본 구조를 밝히기 위해서 인도의 철학체계로서 인도불교를 파악하고 나서, 디그나가에 이르기까지 인도논리학의 역사를 간략하게 기술하고, 존재론 인식론 논리학이라는 세 개의 관점에서 불교논리학을 체계적으로 기술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아울러 불교논리학의 불교로서의 존재의의를 논한다.
제2장 ‘존재론-존재와 인과’에서는 참으로 존재하는 것은 인과효력을 갖는 것이라는 불교논리학의 존재론을 제시하고 인과효력의 전제가 되는 인과관계의 분석을 상세하게 기술한다. 그들에 의하면 인과관계는 특정의 인식과정에 의해서 상식적으로는 승인되지만, 궁극의 진실로서는 최종적으로 부정되는 것을 분명히 한다.
제3장 ‘인식론-지각의 이론과 그 전개’에서는 불교인식론의 중심에 있는 직접지각을 제시하고, 그 정의 종류 대상 개념의 차이화 등의 관점에서 다르마키르티 이후의 전개도 시야에 넣고서 지각론의 기본적 구조를 제시한다.
제4장 ‘논리학-법칭의 논리학’에서는 불교논리학에서 추론의 사고방법을 개설하고 나서, 본질적 결합관계로 대표되는 법칭(다르마키르티) 추리론의 특색을 논한다. 특히 귀류법을 제시하여 그 논리적 구조를 밝히고 있다.
제5장 ‘진리론-프라마나란 무엇인가?’에서는 불교인식론의 중심개념, 바른 인식이기도 하며 그것을 획득하는 수단이기도 한 프라마나에 초점을 맞추어서 진리론을 논한다. 디그나가까지의 프라마나관을 개설하고 나서 다르마키르티를 중심으로 최후기의 불교논리학자에 이르기까지 그 전개를 밝히고 있다.
제6장 ‘언어철학-아포하 이론’에서는 디그나가가 창설한 아포하 이론의 전개과정을 다른 학파에 속하는 쿠마리라나 자얀타 등의 비판적 눈을 통해 개관함으로써 불교논리학의 언어철학적 고찰을 밝히고 있다.
제7장 ‘전지자 증명 윤회의 증명’에서는 다르마키르티가 행한 몇 개의 불교교리의 증명 가운데 붓다의 전지자 증명과 윤회의 증명을 제시하고, 각각의 사상사적 전개를 간명하게 제시한다.
제8장 ‘찰나멸 논증-시간실체에 대한 도전’에서는 다르마키르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교의적 증명인 찰나멸 논증을 제시하고, 이를 서양철학에서 말하는 시간실체(time substance)에 대한 도전으로 파악하여 비교철학적 고찰을 가한다.

3.
불교 인식논리학에서 잘 드러나듯이, 불교는 종교이자 철학이다. 철학에 기반하지 않는 종교는 맹목으로 흐를 수 있으며, 종교에 근거하지 않는 철학은 허무로 흐를 수 있다. 맹목적 종교, 허무적 철학은 우리의 일상적 삶을 더욱 맹목적으로, 허무적으로 몰아간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바로 그렇다. 이러한 현실에서 올바르게 철학과 종교의 융합을 잘 보여주고 있는 불교 인식논리학은 맹목과 허무로 흐를 수 있는 우리 내면에 신선한 자극을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불교 인식논리학을 알고자 하는 이에게 이 책은 최적의 안내서 역할을 해줄 것이다.

●저자
카츠라 쇼류(桂 紹隆): 龍谷大學 大學院 교수
이나미 마사히루(稻見正浩): 東京學藝大學 교수
후나야마 토루(船山 徹): 京都大學 人文科學硏究所 교수
이와다 다카시(岩田 孝): 早?田大學 文學學術院 교수
오노 모토이(小野 基): 筑波大學 人文社會系 준교수
카다오카 케이(片岡 啓): 九州大學 大學院 준교수
모리야마 신야(護山眞也): 信州大學 人文學部 준교수
타니 타다시(谷 貞志): 龍谷大學, 花園大學, 佛敎大學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