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행사 |

우리 범우출판문화재단이 지난해 6월, 나가노지방을 방문하여 일본출판 학술탐사 사업을 실시하고 그 보고서 《출판왕국 나가노지방과 일본출판의 가능성》을 펴내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범우출판문화재단은 한국의 출판문화 발전과 독서진흥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2004년부터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국가들을 찾아가, 그 나라 출판전문가들과 공동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출판실태를 조사하여 연구보고서를 출간해 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세상에 내놓는 보고서는 그동안 펴낸 《러시아 출판산업 혁신의 성과와 전망》, 《독일의 통일과 출판시장 통합연구》, 《타이완 출판산업 발전과 양안교류협력》, 《가능성의 나라, 베트남의 출판산업》, 《남북한 출판교류를 위한 과제와 전망》에 이은 여섯 번째가 됩니다. 이번 보고서는 일본출판의 현황과 미래에 관해 다각도로 분석한 4편의 심도 있는 연구논문도 같이 수록하여 학술적 가치를 더욱 높였습니다. 외국 출판사정에 대한 연구 자료가 부족한 우리 실정에서 이들 보고서는 정부의 추천도서로 선정되는 등 소중한 참고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연인원 108명의 참가자들이 출판세계화를 이끌어갈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 또한 큰 보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제까지 실시한 해외출판 탐사사업 가운데 ‘도서관과 출판문화’에 초점을 맞추어 출판산업 발전가능성을 조사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본은 지역주민의 삶을 뒷받침하는 정보거점으로서 주민들의 욕구에 부응하고, 주민이 주역이 되는 도서관 만들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펼쳐지면서, 공공도서관 형태와 운영방법이 혁신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나가노 지방만도 91개 자치체(현, 19개 시, 14개 군, 23개 정, 35개 촌) 중에서 현재 공공도서관을 설치한 곳은 70개이지만 이들의 분관과 사립까지 합해 모두 122개 공공도서관 (2016년)이 있다고 합니다. 인구 10만 명당 도서관 수에서 전국 2위를 자랑합니다.
도서관들은 한마디로 주민의 일상적인 삶과 밀착된 생활공간으로 시민들의 자립과 적정한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는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도서관들의 활동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보다 유익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춘 도서관, 사회의 기억집적장치로서 시민에게 정말 필요한 도서관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일본의 한 사회조사에 의하면 도서관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직면하게 되는 과제해결과 정보제공 기능면에서 박물관이나 그 어떤 사회교육시설보다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이용률도 훨씬 높다고 합니다. 도서관은 다른 미디어 제공수단(서점, 매스컴, 인터넷 등)과 비교해서 출판물의 형태로 공표되는 정확하고 체계적인 지식과 정보를 축적 보존하면서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어려움에 직면한 출판산업의 회생을 가능케 하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기반시설입니다. 우리는 실천과 도전정신으로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출판 및 독서활동을 펼치고 있는 일본 나가노지방 공공도서관에서, 장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출판의 내일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도서관들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곳이 우리가 이번에 방문한 시오지리시립도서관입니다. 비록 인구 6만7천여 명에 지나지 않는 작은 지방도시인 시오지리이지만, 시립도서관은 현대적인 시설과 장서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등 진화를 거듭하는 중입니다. 2012년부터 책을 쓰는 사람, 만드는 사람, 펼치는 사람, 읽는 사람이 힘을 합해 ‘책의 가능성을 생각한다’라는 테마로 ‘혼노테라코야’란 참신하고 유니크한 평생 독서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주민들의 호응과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나가노란 일본의 한 지방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창조적인 도전정신과 경험을 배우는 것은 미래사회를 개척할 지혜와 창조력을 키우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에 ‘출판의 내일을 여는 일본 나가노의 실천과 도전’이란 주제로 학술탐사여행을 실시했던 것입니다.
이번 한·일출판문화포럼을 통하여 탁월한 경륜과 지혜를 발휘해 주신 주제발표자와 우리의 방문을 헌신적으로 환영해 준 방문처 여러분, 그리고 학술탐사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이 보고서가 우리의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 지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면 더없는 보람이 되겠습니다.

- 2018년 5월 (재)범우출판문화재단 이사장 윤 형 두

간행사 25

1. 해외출판 학술탐사 보고 - 왜 나가노인가

일본출판의 내일을 여는 나가노의 실천과 도전 _ 이두영 31
교양주의와 교양서의 종언 _ 다테노 아키라 76

2. ‘한ㆍ일출판문화포럼’ - 도서관과 출판문화

한국의 출판사정 - 현상과 과제 _ 이문학 85
시오지리시립도서관의 포부와 실천 _ 나카노 미사오 102
대담 ‘혼노테라코야’의 목표와 성과 _ 오사다 요이치, 우치노 야스히코 111
책과 출판의 새로운 가능성과 공공도서관 역할 _ 이두영 137
우리의 활동을 한국에서 주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_ 야마다 토미야스 141
책과 만남의 중요성 _ 나가이 노부카즈 144
긴밀해지는 한일 출판교류협력 _ 코다니 히로시 146
매스컴의 눈 _ 시나노마이니치신문 148

3. ‘신슈후쥬문고’를 찾아서 - 한 출판인의 사회적 공헌

‘신슈후쥬문고’ 70년의 정신과 도정 _ 이와나미 히로유키 157
창립 70주년에 외국 손님을 맞는 기쁨 _ 고지마 마사노리 166
한일 출판문화교류에의 기대 _ 호소노 유우 168
방문의의와 감회 _ 윤형두 170
이와나미서점 창업자의 정신이 깃든 역사자료관 _ 이두영 172

4. 연구논문 - 일본출판을 말한다

일본출판사의 탄생과 변천 _ 시모무라 테루오 179
일본의 출판 생태계 동향과 시사점 _ 백원근 199
일본서점의 경영실태와 전망 _ 김정명 265
일본출판은 회생할 것인가- ‘잃어버린 20’년의 교훈 _ 이두영 281

5. 나의 나가노 체험 - 여창에 어리는 상념들

일본출판 학술탐사기 _ 김정숙 363
가미코지 탐방기 _ 이종찬 381
나는 지금 백 살로 가고 있는 중 _ 윤용철 386
일본에 대한 기억 _ 신종락 397
나라이쥬쿠에 스며들다 _ 김희주 402
시오지리시립도서관의 작은 도시를 위한 큰 시도 _ 박세영 405

◎ 본문사진 - 권호순, 김미정, 신보미, 윤세민, 윤재민, 윤재준, 조일래,
시오지리시립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