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왜 가르칠 수 없는가? 이 책은 미술을 가르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물음에서 시작한다.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미술 학교의 존재는 때때로 미술 교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출판사 서평
1. 미술은 왜 가르칠 수 없는가
흔히 우리는 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미술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대학에 미술학과가 설치되어 있고, 학생들이 미술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학교 안의 미술 학교 밖의 미술》은 “미술은 가르칠 수 없다”고 말한다. 국내에 소개된 전작《과연 그것이 미술사일까》에서 서양 미술사의 편견과 오류를 지적했던 저자 제임스 엘킨스의 비판적 사고는 이 책에서도 빛을 발한다. 미술 사학자이자 시카고 미술 대학에 재직 중인 그는 창조적인 예술 활동을 교육하는 데 한계가 있음...
1. 미술은 왜 가르칠 수 없는가
흔히 우리는 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미술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대학에 미술학과가 설치되어 있고, 학생들이 미술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학교 안의 미술 학교 밖의 미술》은 “미술은 가르칠 수 없다”고 말한다. 국내에 소개된 전작《과연 그것이 미술사일까》에서 서양 미술사의 편견과 오류를 지적했던 저자 제임스 엘킨스의 비판적 사고는 이 책에서도 빛을 발한다. 미술 사학자이자 시카고 미술 대학에 재직 중인 그는 창조적인 예술 활동을 교육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주장하면서 “미술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미술, 즉 예술은 개인의 영감과 창조성이 발휘되는 활동인 데 반해, 교육이란 정해진 규칙과 틀에 맞게 개인을 길들이고 훈련시키는 것이므로, 미술 교육이라는 말은 모순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이러한 모순에서 출발한다. 미술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가 스스로 작업의 한계를 고백하는 “미술은 가르칠 수 없다”는 말은 매우 충격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추구하는 바는 미술 교육의 전복이 아니라 이 모순된 조합을 어떻게 서로 조율해나갈 것인가이다. 따라서《학교 안의 미술 학교 밖의 미술》은 미술 교육이 지금까지 만들어낸 미술에 대한 환상과 편견을 걷어냄으로써, 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좀 더 역동적인 것으로 바꾸고자 한다. 역사와 현재, 이론과 실제의 문제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각도에서 주제에 접근하고 있어, 미술계 전반의 쟁점들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2. 미술은 무엇을 가르쳐왔는가
미술 학교의 역사는 미술의 개념이 계속해서 변화해왔음을 보여준다. 회화를 폄하하는 전통을 만든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미술 학교, 가난한 미술가들의 무덤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된 최초의 미술롤런드슨과 퓨진, .
이례적일 정도로 질서 정연한 교실 모습이다. 아마 이 강의실이 청중 앞에서 의사들이 시체 주위를 돌아가며 해부 실습을 하던 강당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19세기 초가 되면 드로잉 작업은 젊은이들이 선택하는 직업일 뿐 아니라 유한계급의 여가 활동이 되었다(본문 53쪽). 아카데미 아카데미아 델 디세뇨, 동시대의 미술을 거부하고 황금시대의 미술을 재현하려 한 카라치가의 아카데미, 바로크 시대에 문을 연 조직적인 규모의 프랑스 아카데미와 영국 왕립 미술원, 인위적인 교습 방식에 반기를 든 19세기 아카데미, 산업 미술을 커리큘럼에 도입한 현대의 바우하우스. 저자는 미술 학교의 역사를 살피면서, 현재의 미술 교육은 바우하우스와 포스트바우하우스가 혼재하는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한편 미술 교육과 관련된 기존의 문헌들이 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간과했던 데 비해 이 책은 현장에서 실제로 던져지는 질문들, 미술은 그것이 제작되는 사회를 반영하는가, 스튜디오 미술 수업에서는 무엇을 배울 수 없는가, 실물 드로잉은 어떤 사회적 ? 성적 이슈를 수반하는가 등의 쟁점을 주목한다. 미술은 가르칠 수 있는가, 미술을 가르칠 수 없다면 무엇을 가르칠 수 있는가, 순수 미술과 단순한 테크닉은 어떻게 다른가 하는 핵심적인 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쟁점을 하나하나 고찰해가는 방식은 미술 교육이라는 모순적인 주제에 대해 풍부한 생각거리를 제공해준다.

3. 미술은 가르칠 수 있는가
미술을 가르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둘러싼 의문들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리스 철학은 가르칠 수 있는 과목과 그렇지 못한 과목을 구분했다. 가르칠 수 있는 과목에는 이론이나 정보의 체계, 방법의 집합, 혹은 필기되어 학생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뭔가가 있었다. 그리스에서 이와 같은 과목은 테크네techne라 불렸는데, 미술, 공예, 과학을 뜻했다. 그 외의 과목들은 가르칠 수 없고, 흡수되거나 예를 통해 학습되어야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을 엠페이리아empeiria라고 불렀다.
우리가 미술이라 생각하는 것은 엠페이리아와 다소 비슷하다. 미술은 규칙보다는 비언어적 학습에 의존하는 것,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플라톤은 이것을 영감(광기mania)의 개념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천재와 시적 환희(엑스타티코스ecstaticos)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처럼 미술이 광기의 도움으로 만들어진다면 평범한 교습으로는 이룰 수 없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로 영감이 중심이므로 미술을 가르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 두 번의 시기가 있었다. 낭만주의 미술 학교와 바우하우스다. 낭만주의는 미술가들이 각기 개별적인 존재이므로 어떤 식의 그룹 지도도 미술 교습에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우하우스는 공예가 기본이고 미술 교육은 기본적인 규칙과 절차를 따를 수 있는 것을 가르치는 데 전념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했다.
저자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술 교육의 가능성에 대한 일반적인 6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1) 미술을 가르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방법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2) 미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너무도 적은 수의 학생들만 뛰어난 미술가가 되므로 그것은 불 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3) 미술은 가르칠 수 없지만, 양성되거나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4) 미술은 가르치거나 심지어 양성될 수조차 없지만, 학생들을 미술을 시작할 수 있는 지점까 지 가르쳐 졸업할 무렵에는 미술을 만들 준비가 되어 있도록 할 수 있다.
(5) 위대한 미술은 가르칠 수 없지만 좀 더 평범한 미술은 교육이 가능하다.
(6) 미술은 가르칠 수 없는데, 사실 미술만 그런 것이 아니다.
4. 미술을 가르칠 수 없다면 무엇을 가르칠 수 있는가
저자는 앞의 6가지 관점에 대해 설명한 뒤 4, 5, 6의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도출해낸다. “미술을 가르칠 수 없다면 무엇을 가르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1) 현대 비평과 미술 이론의 지식 : 비평 용어들(응시, 시뮬라크르, 토착 정보원, 오브제 프티 아, 리좀, 푼크툼, 차연 등 무한하다)과 미술 및 시각과 관련된 철학, 그리고 정신분석학, 다문화이론, 성차 비평 같은 이론들을 배우기 위해서다.
(2) 학생들에게 현대 미술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준다 : 수업을 통해 비평가들처럼 말하는 법, 경연대회에 성공적으로 참가하는 법, 자신의 작품을 갤러리에 전시하는 법을 배운다.
(3) 시각적 예민함을 가르친다
(4) 테크닉을 가르친다
저자는 이 4가지 대답은 모두 부분적으로는 옳지만, 어느 것도 대학 수준의 미술 교육에서 벌어지는 일을 충분히 정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5. 평가, 미술 교육에서 가장 이상한 부분
유명한 화가들이 오늘날의 미술 학교에 다녔다고 생각해보라.〈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그리는 데 2년이 걸린 쇠라는 아마도 항상 똑같은 그림을 그린다는 핀잔을 들었을 것이다(본문 130쪽). 강렬한 명암과 흐린 물감에 천착한 렘브란트 역시 다양한 기법을 시도하라는 충고를남성들의 실물 드로잉 수업 장면.
1905년 시카고 미술 학교.
파리에서 모더니즘 물결이 일어나기 시작한 해에도 미국에서의 미술 교육은 프랑스 아카데미의 관념에 매달렸다. 학생들은 여성 모델이 남학생들에 둘러싸여 포즈를 취하는 것이 기이하다는 것을 눈치 채지도 못했을 것이다. 짙은 콧수염을 기른 당당한 포즈의 교사와 왼쪽 맨 아래에 매우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학생을 주

목차
머리말
제1장 역사
제2장 대담
제3장 이론
제4장 평가
제5장 제안
결론
주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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