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이야기! 『생활의 발견, 파리』는 저자가 몇 년의 시간을 지내고 나서야 알게 된 파리의 작고 소박한 비밀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파리에 대한 환상은 깨지고, 오해는 풀리고,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출판사 서평
프랑스를, 파리를 들여다보는 소박한 창문
애초에 이 책은 파리에서 겪었던 이런저런 부정적 경험을 바탕으로 프랑스인에 대한 일종의 가벼운 ‘고발문’으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아직은 낯선, 프랑스라는 나라와 그곳에 살고 있는 몇몇 프랑스인에 대한 개인의 ‘고발문’이 독자들로 하여금 그 사회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저자는 ‘고발문’을 쓰는 대신, 프랑스와 파리라는 낯선 사회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창 하나를 열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의 판단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창, ...
프랑스를, 파리를 들여다보는 소박한 창문
애초에 이 책은 파리에서 겪었던 이런저런 부정적 경험을 바탕으로 프랑스인에 대한 일종의 가벼운 ‘고발문’으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아직은 낯선, 프랑스라는 나라와 그곳에 살고 있는 몇몇 프랑스인에 대한 개인의 ‘고발문’이 독자들로 하여금 그 사회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저자는 ‘고발문’을 쓰는 대신, 프랑스와 파리라는 낯선 사회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창 하나를 열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의 판단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창, 원하는 사람 어느 누구라도 손쉽게 다가가서 맘 편하게 열어 볼 수 있는 소박하고 중립적이며 깊이 있는 창, 직접 보고, 느끼고, 이해한 것들만으로 만들어진 정직한 창….
프랑스가 톨레랑스의 나라라고?
그 창의 기본 틀은 프랑스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 파리사람들의 ‘자아중심주의’로 이루어져 있다. ‘자아중심주의’라는 말은 ‘이기주의’와 동의어라서, ‘파리 사람들은 자기밖에 모르는 못된 이기주의자’라거나 ‘프랑스 사람들은 잘난 척하는 나르시시스트’라는 성급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물론, 자아중심주의는 개인주의자들이 보여줄 수 있는 미련하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자아중심주의자의 사회는 이기적이면서 자유롭고, 무례하면서 다양한 것처럼 보인다.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이야기, 파리의 1%
이집트 국적의 세계적인 영화배우 오마 샤리프가 어느 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파리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잘못 컸습니다. 그래서 나는 파리 사람들을 정말 좋아합니다”라고 말문을 연 뒤, 파리 사람들은 남이 뭘 하든, 어떻게 살든 별로 관심이 없는 ‘이기주의자’들이기 때문에, 파리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오마 샤리프는 「고도를 기다리며」로 유명한 아일랜드 작가 사무엘 베케트와 함께 파리의 한 생선 전문 음식점에서 식사를 즐기곤 했는데, 사인을 부탁하는 사람들로 인해 식사를 방해받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그건 파리 사람들이 사인을 받으러 가고 싶은 데도 불구하고 괜히 콧대를 세우며 잘난 척하느라고 관심 없는 척하는 게 아니라, 좀 거칠게 말해, ‘주망푸(Je m’en fous)’, 즉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라는 식의 정서를 가진 ‘자아중심주의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아중심주의는 프랑스 문화가 세계의 중심이라고 하는 자부심과 그 자부심을 키우고 지켜 나가려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노력들로 나타나기도 한다.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자 역사책이다. 파리라는 박물관을 천천히 둘러보면, 프랑스인들이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부심 혹은 자신감의 근거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으며, 파리라는 역사책을 찬찬히 읽어 보면, 그 문화적 자부심이 정치적 선전에 의해 하루아침에 주입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고 지켜져 온 것임을 느낄 수 있다.
파리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로 엮여 있다. 우선은 사람 이야기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프랑스 위인들의 ‘특별한’ 인생에 관한 교훈적 전기가 아니라, 파리의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 유쾌하고 비판적인 소묘다. 프랑스 사람들의 자잘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들을 보편적 인간의 하나로 바라보게 하는 평등한 시선을 갖게 한다.
두 번째는 파리 이야기다. 보다 정확하게 말해, 파리라는 도시 속에서 저자가 만났던 그림, 건축, 정원, 조각 등에 대한 미학적·역사적 에세이다. 요컨대 그런 미적 대상들과 저자 사이에서 일어났던 감성적 교감 및 인식 과정을 솔직하고 가볍게 그려나간 글이다.
독자들은 프랑스 체험과 예술사 지식을 지닌 ‘황주연’이라는 개인의 미적 태도와 인간관계를 통해 그림, 건축, 조각, 정원으로 가득한 파리라는 도시,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꾸밈없는 모습과 대면하게 될 것이다.

1960년대 프랑스에서는 경쾌하고 밝은 리듬의 미국 노래를 불어로 번안해 부르는 게 굉장히 큰 유행이었는데, 이런 문화적 현상을 일컬어 ‘예예(ye-ye)’라고 한다. 불어로 번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래 가사에 미국식 감탄사인 ‘예!(yeah!)’가 자주 등장했기 때문에, 사회학자 에드가 모랑이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프랑스의 키치가수, 클로드 프랑수아를 아시나요?’ 중에서


그 청년은 소설 『다 빈치 코드』의 진실성 여부를 확인하려는 진지한 과학자마냥, 생 쉴피스 성당 바닥의 놋쇠 선을 이리저리 살펴보기도 하고 그 위를 서너 발짝 걸어 보기도 했다. 사실 댄 브라운이 ‘로즈 라인’이라고 불렀던 그 놋쇠 선은 단 한번도 ‘로즈 라인’이라고 불린 적이 없으며, 그 선 끝에 설치된 오벨리스크 역시 이집트의 이시스 여신 숭배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 이 모든 장치들은 해시계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런데 성당 안에 해시계라니 뭔가 수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생 쉴피스 성당과 들라크루아 이야기’ 중에서


파리 사람들은 개똥을 밟았을 때 과연 어떻게 할까? (…)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그 신사는 개똥이 묻은 발을 복도에 깔린 근사한 카펫에 디디지 않으려는 듯 어정쩡한 걸음으로 어기적거리며 왼쪽 아파트 문을 향해 걷는다. 그리고 아파트 현관 앞에 깔린 깔개 위에서 개똥이 묻은 구두를 정성스럽게 닦는다. (…) 어? 그러나 그 신사는 이제 깨끗해진 자신의 구두에 아주 만족한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유유히 오른쪽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다.
‘파리의 개똥 이야기’ 중에서


1885년 문을 연 ‘레 두 마고(Les Deux Magots)’는, 바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나란히 위치한 ‘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re)’와 함께, 파리에서 가장 유서 깊은 문학 카페들 가운데 하나다. (…) ‘드 플로르’가 주로 사르트르와 같은 실존주의자들의 단골 카페였다면, ‘레 두 마고’는 특히 1920년대 파리에 거주했던 미국인 작가들과 초현실주의자들의 단골 카페였다. 어느 날 헤밍웨이가 생제르맹 대로에서 우연히 만난 제임스 조이스와 함께 드라이 셰리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곳도 ‘레 두 마고’고, 피카소와 도라 마르 커플의 신화가 시작된 곳도 ‘레 두 마고’다.
‘수도원과 문학 카페 사이, 생제르맹데프레’ 중에서

목차
들어가는 글
1. 프랑스 사람, 파리 사람
프랑스의 키치 가수, 클로드 프랑수아를 아시나요?
아스테릭스와 관료주의
파리의 집 없는 사람들, 에스데에프(S.D.F) 이야기
필립의 하루
파리의 개똥 이야기
‘평범한’ 프랑스 여자, 이자벨 이야기
프랑스 사람과 교통 신호등
2. 파리, 도시 이야기
에펠탑 이야기
수도원과 문학 카페 사이, 생제르맹데프레
생 쉴피스 성당과 들라크루아 이야기
파리의 배, 레알
오스만의 건물들과 발코니
파리의 하수구와 빅토르 위고 이야기
오르세 미술관과 마네
루브르의 르네상스 이야기 하나 : 미켈란젤로의 노예들
루브르의 르네상스 이야기 둘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튈르리 정원에서 움직이고 있는 정원까지
페르 라셰즈 공원묘지와 하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