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다양한 층위에 '경계들'이 어떻게 포진해 있는가를 면밀히 살핀 것이다. 진보 대 보수, 여성 대 남성, 신세대 대 기성세대, 지방 대 수도권, 노동자 대 사용자 등 우리 사회에서 주요 현안이 되는 10가지 쟁점을 테마로 삼아, 대립과 충돌이 일어나는 지점들을 조목조목 짚어서 현재의 경계가 갖는 문제들을 진단한다. 그리고 그런한 진단을 바탕으로 앞으로 경계들을 새로이 긋고 지워나가갈 방향을 성찰하고 있다.
소통부재와 분열에 빠진 한국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

무엇이 한국사회를 갈라놓는가?

요즈음 한국사회가 급격하게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학교와 학원에 있어야 할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고, 한미 FTA 협상을 둘러싼 대립각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한반도 대운하 논란도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왜 이렇게 분열과 갈등 사회가 되었을까? 무엇이 한국사회를 갈라놓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노동자와 기업가, 비정규직과 정규직, 지방과 수도권, 종교인과 비종교인 등 우리 사회 층층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경계와 단층에 주목해, 대립과 갈등을 낳는 원인과 구조를 들여다보고 사회갈등과 분열 문제를 근본적인 차원에서부터 풀어나가려는 시도이다.
인류사회 여러 측면에서 경계가 어떠한 의미를 띠고 어떠한 당위성과 필요성을 가지며, 또 어떠한 한계나 문제점을 지니는지 살펴보는 데서 출발해 어떤 부분에서 경계를 긋고 어떤 부분에서 경계를 허물 때 조화롭고 균형 잡힌 사회가 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경계’에 집중해 한국사회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과 위치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모색할 수 있게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이념, 세대, 지역, 성별, 종교, 노사, 정당, 민족, 국가, 언어, 10가지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와 관점으로 사회적 경계와 층위를 살피면서도 전문적인 시각과 통합적인 사고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한국학술진흥재단 선정 중점연구소)은 이 책을 기획하면서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해당 주제에 대해 많은 연구를 진행한 사람들을 필진으로 구성하였고, 사회학, 인류학, 철학, 종교학, 여성학, 경제학, 정치학 등 여러 학문 분야의 학자들은 기획 의도에 맞게 자기 전공 분야를 밀도 있게 다루었다. 기획 단계에서 학문 분야도 여러 경계로 분할해 각 경계 내에서 깊이를 도모하는 것이 좋다는 분석 중심 시각과 경계를 초월해 포괄적 차원에서 넓이를 기하는 것이 좋다는 통합 중심 시각 간의 논쟁이 있었지만, 다양한 관점으로 경계 개념을 다룸으로써 종합적 사고를 찾고자 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
또한 각 필자들은 경계 개념을 살펴보는 데 있어 편향적이고 단정적인 생각을 피하는 데 주안하였다. 이 책은 특정 경계가 좋거나 나쁘다는 식의 단순화와 일반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어떠한 조건과 상황에서 어느 정도로 경계를 긋거나 지워야 할지를 신중하게 탐색했고, 이를 통해 ‘소외와 분열’의 경계가 아니라 ‘소통과 화합’의 경계를 찾아갈 수 있는 방향까지 제시하고자 했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 짚어보아야 할 핵심쟁점 10가지

이 책은 먼저 이념의 경계를(「한국사회의 이념경계의 변화와 경계 넘기」: 강수택,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 조명한다. 우리나라의 이념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예민하다. 진보 대 보수, 좌익 대 우익, 세계주의 대 민족주의, 생태주의 대 개발주의 등 이념의 사회적 분포가 세대, 직업, 성별, 지역에 따라 큰 차이가 있어 지형도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필자는 먼저 우리 이념 논쟁의 역사를 살펴 큰 줄기를 자세히 보이고, 각각의 특징들을 명료하게 정리한다. 또한 이념들이 온건해지거나 분화되는 양상에 주목해 포퓰리즘, 신자유주의 등 새로운 이념들까지 짚어본다. 아울러 변해가는 이념가의 모습도 살펴본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이념가는 대개 지식인이었다. 그러나 탈근대와 정보사회의 출현으로 지식인이 누렸던 영향력의 원천인 지식과 정보에 대한 대중의 접근이 쉬워졌고 소비사회의 출현으로 시장의 힘에 대한 지식인의 통제력이 현저히 약화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이념의 구도와 주체의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여야지, 이념갈등과 경계를 의도적으로 지워 없애버리는 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회의 다원화 경향을 적절히 반영하도록 이념구도를 다차원화하는 한편 이념의 경계를 넘나들기 쉬운 비교적 열린 경계로 바꾸어감으로써 갈등과 대립이 오히려 사회의 건강과 발전에 기여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세대 경계를 다룬 「젊은이와 기성세대는 새롭게 만날 수 있는가」(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에서는 먼저 젊은이를 키우지 않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특히 젊은이들이 ‘88만원 세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세대 간 착취’에서 찾는다. 운영과 의사결정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기성세대가 아래 세대로 힘을 이양하지 않으면서 젊은 세대를 착취하고 있고, 젊은 세대는 주변부나 말단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사 경계를 다룬 「전환기의 노사관계-‘경제적 갈등’에서 ‘사회적 경쟁’으로」(손혁상, 경희대 NGO대학원 교수)에서는 노동자와 사용자라는 비교적 단순했던 경계에서 많은 분화가 일어나 매우 복잡해지고 있는 양상을 살펴본다. 필자는 한국의 노사관계는 전통적 구조의 기본 갈등 외에 노사의 상호 배제적 문화,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등 노동 내부의 분단,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의 연대활동 미숙 등으로 인해 갈등적 경계가 심화되어가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는 노사갈등이 전 사회적 갈등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갈등 조정의 새로운 틀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일본의 장기고용관행, 아일랜드의 사회협약기구를 통한 노사관계 조정, 네덜란드의 협상에 의한 타결 지향 제도화 등을 면밀히 살핀다. 이를 통해 이제는 경제적 갈등에서 사회적 갈등으로 양상이 변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나아갈 길을 논의한다.
지역 경계를 다룬 「지역이라는 경계와 그 너머」(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부교수)에서는 지역 불균등 발전, 과밀과 과소, 행정도시와 혁신도시 등 바람직한 지역 발전 방향을 다각도에서 탐색한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지역차별 원인을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부터 찾고, 지역과 지방의 개념 재정립, 발전과 개발의 올바른 구분, 진정한 생태문화 도시의 의미 등을 짚어본다. 한반도 대운하 등 성장과 개발이 큰 쟁점이 되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별 경계를 다룬 「젠더, 그 ‘경계의 논리’와 ‘경계 허물기’」(전경옥, 숙명여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경계에 있어서는 경계에 구속되지 말아야 할 것을 납득시키고, 경계를 허물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제시한다. 특히 호주제 폐지와 군가산점 폐지, 공무원 채용목표제라는 굵직한 사회문제의 명과 암을 자세히 살핀다. 또한 성별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남녀라는 기존의 이분법적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남성과 남성, 여성과 여성의 차원까지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
종교 경계를 다룬 「종교에 있어서 ‘경계 긋기’와 ‘함께하기’」(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에서는 불교, 기독교, 가톨릭, 회교 등 각 종교 간의 경계와 아울러 신앙인 대 비신앙인이라는 거시적 시각에서 경계 구분을 살펴본다. 비단 한국 내에서의 종교 문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종교 대립과 갈등 상황을 분석해, 사람들을 통합하고 어울려 살게 만드는 종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당에 관한 문제를 다룬 「정당의 낡은 경계와 새 경계-정당 개념의 재인식」(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서는 정당에 대한 불신이 왜 점증해가는지, 불신받으면서도 정당이 정치체제에서 핵심 역할을 계속 맡는다면 역기능은 없는지, 정당이 어떤 성격을 지닐 때 정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줄어들고 순기능이 생겨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통해 정당 개념에 대한 적실성 있는 인식 틀을 모색한다.
민족 경계를 다룬 「민족 정체성, ‘우리’와 ‘그들’ 가르기」(한경구,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에서는 세계화, 국제화 시대의 민족 정체성을 살피고 민족과 국민의 경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논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민족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논한다.
국가 경계를 다룬 「국가 간 경계의 안정성과 효율성」(김정유,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에서는 경제학적 개념을 차용해 국가의 경계가 안정적이기 위한 조건과 효율적이기 위한 조건을 구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살펴본다. 또한 각 개인이 자신의 국적을 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국가 간 경쟁에 의해 국경이 어떻게 형성되어가는지를 살펴보고, 분권화된 의사결정의 결과 도달되는 인류후생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가 하는 규범적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
언어의 경계를 다룬 「모국어와 국제어의 경계-언어의 정글에서 한국어 살리기」(김영경, 고려대 교양교육실 강사)에서는 영어공용화론의 득과 실, 사라져가는 세계의 소수 언어 등을 조명하고 세계화 시대의 언어소통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 우리 사회 전반에 작동하는 경계를 면밀히 분석해 한국사회가 왜 소통부재에 빠졌는지, 한국사회의 총체적 위기는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를 규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 구조와 흐름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시대,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분열의 해법이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약력

강수택｜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빌레펠트 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다. 주요 저서로 <시민연대사회> <다시 지식인을 묻는다> <일상생활의 패러다임> 등이 있다.

김찬호｜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초빙 교수이다. 주요 저서로 <사회를 보는 논리> <도시는 미디어다> <문화의 발견: KTX에서 찜질방까지> 등이 있다.

전경옥｜숙명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테네시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정치행정학부 교수이다. 주요 저서로 <문화와 정치> <한국여성근현대사 Ⅰ, Ⅱ, Ⅲ>(공저) 등이 있다.

김선욱｜숭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주립대(버펄로)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이다. 주요 저서로 <정치와 진리> <한나 아렌트 정치판단이론> <칸트정치철학강의>(역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역서) 등이 있다.

손혁상｜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NGO대학원과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로 있다.

홍성태｜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대한민국 위험사회> <개발주의를 비판한다> 등이 있다.

임성호｜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다. 주요 저서로 <정치학 이해의 길잡이: 정치이론과 방법론>(공저) <미국정치의 분열과 통합>(공저) 등이 있다.

한경구｜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이다. 주요 저서로 <중심과 주변에서 본 한일사회>(공저) <맛있는 국제이해교육>(공저) 등이 있다.

김정유｜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 “Cheap Talk and Reputation in Repeated Pre-trial Negotiation\" \"An Economic Analysis of the Receiver Pays Principle\" 등이 있다.

김영경｜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교양교육실 강사이다. 주요 저서로 <이슬람 사상의 형성과 발전>(공저) Identitaetsfrage der Muslime in der Diaspora 등이 있다.

머리말

제1장 한국사회의 이념경계의 변화와 경계 넘기
제2장 젊은이와 기성세대는 새롭게 만날 수 있는가
제3장 젠더, 그 '경계의 논리'와 '경계 허물기'
제4장 종교에 있어서 '경계 긋기'와 '함께 하기'
제5장 전환기의 노사관계 : '경제적 갈등'에서 '사회적 경쟁'으로
제6장 지역이라는 경계와 그 너머
제7장 정당의 낡은 경계와 새 경계 : 정당 개념의 재인식
제8장 민족 정체성, '우리'와 '그들' 가르기
제9장 국가 간 경계의 안정성과 효율성
제10장 모국어와 국제어의 경계 : 언어의 정글에서 한국어 살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