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뒤바꾼 은밀한 거래, 독약 이야기. 살인자를 가장 미료시키고 흥분시키는 수단인 '독'. 살해당하는 자와 살인을 저지르른 자 사이의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 책은 중세 유럽의 은밀한 궁정에서 대량살상의 시대인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과 독살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출판사 서평
세계사를 뒤바꾼 독약 이야기
‘눈같이 희고 맛이 좋은 가루약’, 박학다식한 역사가 부르크하르트조차 정확히 묘사해낼 수 없었던 보르자 가의 독약 제조 방법. 르네상스 시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세련된 독살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보르자 가에서는 독을 이용해 은밀하고 조용하게 역사를 바꾸었다. 《독약의 세계사》는 멀리 고대 이집트로부터 가깝게는 20세기까지 독을 둘러싼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따라가본다. 권력욕과 사랑, 또는 재산에 눈이 먼 사람들은 다양한 독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해 결국 원하던 것을 손에 넣는다. 이러한 사...
세계사를 뒤바꾼 독약 이야기
‘눈같이 희고 맛이 좋은 가루약’, 박학다식한 역사가 부르크하르트조차 정확히 묘사해낼 수 없었던 보르자 가의 독약 제조 방법. 르네상스 시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세련된 독살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보르자 가에서는 독을 이용해 은밀하고 조용하게 역사를 바꾸었다. 《독약의 세계사》는 멀리 고대 이집트로부터 가깝게는 20세기까지 독을 둘러싼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따라가본다. 권력욕과 사랑, 또는 재산에 눈이 먼 사람들은 다양한 독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해 결국 원하던 것을 손에 넣는다. 이러한 사람들의 욕망과 더불어 독은 진화를 거듭한다. 이 책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독을 이용한 전설적인 독살자들과 그 내면 심리,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공포와 전율의 역사를 들려준다.
♧ 본문 소개
동양과 이집트에서 서구 사회로 전래된 독은 로마 궁정에서 비로소 기회를 만난다. 중세로 넘어오면서 이른바 독의 대중화라 불러야 할 만한 현상이 일어났고 뽑으면 사람 목소리가 난다는 만드라골라라는 독초는 최면음료나 토사제로서 오래 전부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만드라골라의 뿌리를 뽑는 자는 그 자리에서 죽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것을 채집하려면 우선 끈으로 묶어놓은 개를 고깃덩이로 유혹하여 개가 잡아당겨서 뽑게 한다. 그러면 만드라골라가 뽑히면서 금속성 비명을 지르고, 개는 몸부림치다가 죽는다고 한다.
근대로 오면서 법의학 발달로 독물 검출 방법도 눈부시게 진보했지만 그와 동시에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복잡하고 치밀한 독살 사건과 함께 독물의 종류도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과학과 독살기술이 진보하면서 집단살육의 시대라고 불리는 20세기가 온다. 이미 독가스가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근대 전쟁에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이 집단학살이 막을 여는 시기와 일치한다.
저자는 이러한 독이 역사의 전개와 더불어, 그 신과도 같은 역할을 어떻게 변화시켜왔는가를 말하면서 현대 문명의 발달과 기술의 진보가 인류에게 좋은 것만은 아님을 경고한다.
■ 희대의 독살마 브랭빌리에 후작부인
딕슨 카의 소설《화형법정》에서 17세기의 유명한 독살마 브랭빌리에 후작부인을 다루고 있다. 그녀는 누구이고 어떤 경력을 가진 여자였을까. 그녀는 음식에 독을 넣어 친정아버지를 살해하는 것을 시작으로 유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두 오빠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뿐만 아니라 남편인 브랭빌리에 후작을 죽이려고 했지만 그는 해독제를 먹고 간신히 살아남는다. 후작부인은 항상 극소량의 비소를 넣어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법을 썼다. 그녀는 혐의를 받고 여러 곳을 도망다니다가 런던에서 결국 참수형 선고를 받는다. 후작부인이 도망다니면서 쓴《고백록》을 보면 극악무도한 체험이 수없이 등장한다. 그녀는 재판을 받으면서 꼿꼿한 자세로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고 한다.
■ 엘렌 제가드 사건
브르타뉴 지방 출신인 엘렌 제가드는 주변에서 파는 흔해빠진 비소를 이용해 1833년부터 1851년까지 18년 동안 무려 34명이나 되는 사람을 독살했다는, 소름끼치는 기록의 소유자다. 이는 시체 애호증이라고밖에 달리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일종의 정신병자의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분명히 그녀는 불행한 정신병자가 틀림없었고, 아마도 지금의 상황이라면 변호사의 주장대로 적합한 시설에 수용되는 것이 못마땅하겠지만 1851년 당시는 사정이 전혀 달랐다. 그녀는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저자 후기 중에서
독약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지금까지 인간들 사이에서 극적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그리스 비극 중에는 독약이 실로 빈번하게, 마치 불길한 운명의 신처럼 등장한다. 소포클레스의《트라키스의 여인들》에 나오는 헤라클레스는 아내가 그의 옷에 최음제로 생각하고 발라준 히드라의 독 때문에 죽는다.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가 독약 기술자임은 이미 알려져 있고, 라신의 페드르도 독을 먹고 자살한다. 나는 이러한 독이 역사의 전개와 더불어, 그 신과도 같은 역할을 어떻게 변화시켜왔는가를 이 책에서 자세히 묘사하려고 했다.
♧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시부사와 다쓰히코
1928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마르키 드 사드의 저작을 일본에 소개하는 한편, 인간정신과 문명의 암흑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에세이를 발표했다. 만년에는 소설작품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개척하며 폭넓은 독자를 확보했다. 1987년 사망. 그의 저작은《시부사와 전집》(전22권)에 수록되어 있다.
옮긴이 오근영
1958년 서울 출생으로, 일본어 전문 번역가이다. 옮긴 책으로는《르네상스의 미인들》《하룻밤에 읽는 중국사》《로마문화왕국, 신라》《패왕 후히토》(전3권, 공역)《악의》(전4권, 공역)《소년 H》《우즈의 자궁, 미궁 이야기》등 다수가 있다.

목차
1. 고대인은 알고 있었다
2. 피로 물든 로마 궁정
3. 만드라골라의 환상
4. 보르자 가의 천재
5.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의 밤
6. 희대의 독살마 브랭빌리에 후작부인
7. 흑미사와 독약
8. 독초원에서 근대화학으?로
9. 비소에 대한 학자들의 논쟁
10. 여러 가지 독살 사건
11. 고묘한 의사의 범죄
12. 집단살육의 시대
저자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