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나는 삽화와 다시 살아난 아큐! 유명한 고전 아큐정전이 한층 더 깔끔하고 익살스런 모습으로 다시 나왔다. 막힘 없이 술술 읽히는 글은 이전의 책들보다 문장이 잘 정리된 것을 알 수 있고, 야큐의 생존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사실적인 삽화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사랑받는 아큐를 만나보자.
출판사 서평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생활에 활력을 주며, 때로는 인간 사회를 비판하면서 생명을 이어온 책을 가리켜 우리는 고전이라 부른다. 그리고 사람들은 고전이 그리는 농축된 삶 속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깨닫고, 바로잡아 나아가는 도구로써 고전을 읽어 왔다.
루쉰은 혼란한 사회 속에서 희망 없이 살아가는 민중의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아큐정전’을 썼다. ‘아큐정전’에는 중국 민중의 모습이 잔인할 정도로 숨김없이 드러나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중국에 발표되었을 많은 사람들이 ‘혹시 내가 아큐가 아닐...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생활에 활력을 주며, 때로는 인간 사회를 비판하면서 생명을 이어온 책을 가리켜 우리는 고전이라 부른다. 그리고 사람들은 고전이 그리는 농축된 삶 속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깨닫고, 바로잡아 나아가는 도구로써 고전을 읽어 왔다.
루쉰은 혼란한 사회 속에서 희망 없이 살아가는 민중의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아큐정전’을 썼다. ‘아큐정전’에는 중국 민중의 모습이 잔인할 정도로 숨김없이 드러나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중국에 발표되었을 많은 사람들이 ‘혹시 내가 아큐가 아닐까?’할 정도로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아큐’는 어려운 시대를 살다간 민중을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바로 오늘을 살고 있는 ‘나’와 ‘우리’ 자신의 모습에서도 찾아 낼 수 있다.


▶“아큐정전” 깊숙이 들여다보기

*아큐 - 우리 안의 모습
소설 속에서 아큐는 청나라 말기 농촌에 사는 날품팔이 일꾼이라는 특정인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아큐는 그 당시의 중국의 민중을 지칭하기도 하고 시대를 초월한 불특정다수를 상징하기도 한다.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변화에는 무지한 채 눈앞의 이익과 힘만을 좇으며, 약간의 권력이라도 가진 자에게 미약한 끈이라도 연결시키려 애쓰면서도 돌아서서는 그것을 부정하는 것이 자기를 높이는 것인 양 행동하며, 강자에게는 끝없이 굽히고 약자 앞에서는 으스대는 비열한 아큐를 오늘을 사는 내 안에서 발견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정신적 승리법 - 근거 없는 합리화
그러나 아큐는 자신의 참 모습을 볼 줄 모른다. 정확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자신을 직시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문제의 본질은 파악하지 못한 채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자신이 승리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승리의 방법은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합리화하여 항상 이겼다고 생각하는 ‘정신적 승리법’이다. 그러나 그 합리화에는 전혀 근거가 없다. 맹목적인 망상이나 턱없는 자기 비하, 치욕과 실패에 대한 필요 이상의 건망증과 합리화, 욕을 먹거나 낭패를 당한 후 자기보다 약한 자에게 행하는 분풀이,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몇 잔의 술로 모두 잊어버리는 단순함 등. 아큐는 마지막 장면의 총살당하는 극한 상황에서조차 놀랄 만큼 무감각한 ‘마비력’을 보여 준다. 그래서 그의 ‘정신적 승리법’이 효력을 발휘하면 할수록 주위사람들의 조롱은 도를 더해 간다.

*사람들의 세태 - 조롱과 냉소 그리고 무관심
아큐의 현재 모습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그러한 취급을 받는 것이 당연하게 보인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도 잘 모르고 서른이 되도록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아큐를 볼 때의 답답함보다 오히려 더 섬뜩하다. 아큐의 신체적 약점인 머리의 흉터를 놀리고, 성안에 들어갔다 돌아온 아큐가 좋은 물건을 싼 값에 팔자 그의 행적을 의심하면서도 그 물건에는 탐을 내던 주민들은 결국 혁명 무리들이 저지른 마을의 도난 사건을 그에게 뒤집어 씌워 아큐를 죽음으로 내몬다. 그러나 한 인간을 대하는 비인간적 태도의 절정은 소설의 맨 마지막 아큐의 처형을 그리는 장면에 있다. 그가 살던 ‘웨이좡 사람들은 모두 아큐가 나쁜 놈이라고 욕했다. 그가 총살당한 것이 나쁜 놈이라는 증거라고 했다. …… 성안의 분위기는 더욱 나빴다. 총살은 목을 자르는 것만큼 볼 만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는 죽음의 순간에도 남들의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풍자와 반어의 서술
그 이름조차 확실하지 않은 인물의 일생에 위인에게나 어울릴 ‘정전’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나 아큐의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나 행동을 통하여 신해혁명이 일어나던 무렵의 중국 사회를 표현하는데 풍자적 서술보다 더 어울리는 것은 없을 것이다.
“아큐정전”의 결말은 중국 민중의 모습을 잔인할 정도로 숨김없이 드러냈지만 사실 루쉰의 마음은 민중을 자극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희망(힘)을 주기 위함이었다.


◆줄거리◆
-강자에게는 끝없이 굽히고 약자 앞에서는 으스대는 아큐
날품팔이꾼 아큐는 자신의 정확한 이름도 모른다. 그런 아큐가 동네 유지 짜오 씨네와 한집안이라고 말한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짜오 영감은 아큐의 뺨을 때린다. 그러나 아큐는 한 마디 따지지도 않는다. 또한 집도 없이 사당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살아가면서도 “옛날에는 부자에다 학식도 높고 못하는 게 거의 없는 완벽한 사람이었다”며 허세를 부린다. 그러나 흉터로 벗겨진 머리는 감출 수 없고, 그가 가장 싫어하는 약점을 놀리는 건달에게 맞고 나서도 아큐는 승리감에 도취된다. 자기를 때린 건달을 아들이라고 생각해 버리면서, 오히려 아들이 아버지를 때리는 돼먹지 않은 세상이라며 욕을 한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버러지로 낮추어 상대를 골리기도 한다.
어느 날, 자기의 억울함을 지나가던 여승을 희롱하는 것으로 풀어 버린 아큐. 그러나 여승의 얼굴에 닿았던 자신의 손에서 묘한 감정을 느낀다. 나이 서른에 사랑을 느끼고 후손의 중요함을 알게 된 아큐는 짜오 씨네 하녀에게 같이 살자고 요구했다가 얻어맞고 벌금만 물게 된다.
다음 날부터 그 마을에서는 아무도 아큐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여자들은 그가 나타나기만 하면 노소를 가리지 않고 도망간다. 돈이 될 만한 물건은 전부 벌금으로 빼앗겨 배고픔에 시달리지만, 그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 하나 없다.
여승이 사는 절에 들어가 무를 도둑질하다가 들킨 아큐는 더 이상 기댈 구석이 없자, 성안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는다.

-아큐, 자신이 파는 물건은 훔친 물건이라고 털어 놔
한동안 보이지 않던 아큐는 고급 옷에 묵직한 전대를 차고 웨이좡 마을에 다시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아큐는 좋은 물건을 싸게 판다.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물건을 구해달라고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아큐가 좋은 물건ㅇ르 팔아 돈을 많이 벌게 되자, 건달들은 물건을 얻게 된 내막을 캐묻는다. 아큐는 우쭐대며 훔친 물건이라고 털어놓는다. 사람들은 또다시 좀도둑에 불과한 아큐를 멀리한다.
그러던 차에 아큐가 사는 웨이좡에 혁명의 바람이 분다. 혁명당이 입성하자 아큐는 공연히 으스대며 자기도 혁명당원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혁명은 그를 비켜가고 짜오 영감네 집이 약탈당한다. 아큐는 영문도 모른 채 마침내 형장에 끌려간다. 그 순간에도 그는 ‘살다보면 목이 잘리는 수도 있지’라고 생각한다. 그의 죽음 앞에서 같은 마을 사람들은 그가 사형당했으므로 그는 나쁜 놈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성안 사람들은 총살이 참수보다 볼 만하지 않았다고 불만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