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의 나이에 연주회 공연을 완전히 그만두고, 그후로 자신이 사는 토론토를 거의 떠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고, 50세로 인생을 마감한 글렌 굴드. 이 책은 굴드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한 독특한 전기서이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구조를 그대로 본뜬 이 책은 아리아에서 시작해 서른 장에 걸친 서른 개의 변주를 거친 뒤 다시 아리아로 끝나는, 바흐의 곡만큼이나 탄탄한 구조를 지닌 아름다운 책이다. "사랑받지 않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였다"는 굴드의 삶을 통해 예술가의 '절대 고독'이 어떤 것인지를 세밀하게 느낄 수 있다. 1989년 Femina Vacaresco상 수상작.


출판사 서평
정상에 오른 32세 나이에 무대를 완전히 떠났으며, 결혼도 하지 않고, 50세라는 길지 않은 생을 살았던 천재적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에 관한 전기나 책들이 외국에서는 이미 많이 나왔으나 국내에는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었다. 삐걱거리는 의자, 몸을 흔들며 끙끙대는 신음, 흥얼대는 노래, 다양한 음색, 질주하는 템포, 악보를 무시하는 해석, ... 독특한 개성으로 많은 음악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 왔던 글렌 굴드의 무대 경력은 불과 9년에 불과했다. 30세가 되면 연주회를 그만두겠다고 밝힌 바 있었으며, 32세에 이를 실행하였다. 50세...
정상에 오른 32세 나이에 무대를 완전히 떠났으며, 결혼도 하지 않고, 50세라는 길지 않은 생을 살았던 천재적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에 관한 전기나 책들이 외국에서는 이미 많이 나왔으나 국내에는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었다. 삐걱거리는 의자, 몸을 흔들며 끙끙대는 신음, 흥얼대는 노래, 다양한 음색, 질주하는 템포, 악보를 무시하는 해석, ... 독특한 개성으로 많은 음악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 왔던 글렌 굴드의 무대 경력은 불과 9년에 불과했다. 30세가 되면 연주회를 그만두겠다고 밝힌 바 있었으며, 32세에 이를 실행하였다. 50세에는 녹음을 그만두겠다고 했다가 50세가 되던 다음 다음날 임종했다.
짧다면 짧고 단순하다면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이 연주가에 대해 한 편의 전기를 쓰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인, 여기서 저자는 통상적인 전기물의 관례를 깨뜨린 채 인물의 내면으로 곧장 빠져 들어감으로써 보다 강렬한 진실을 열어보이는, 예기치 못한 방법으로 그의 삶과 예술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동안 그의 음악을 들어 오던 독자들로 하여금 평소에 생각했던 점들이 너무도 또렷한 언어로 구현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도록 해주고 있다. 굴드의 연주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은 물론 그런 연주와 밀접하게 얽혀 있는 한 삶에 대한 저자의 이해와 긴 명상에 동참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준다.
본문 소개
1957년 1월 어느 날 저녁, 뉴욕에서 오케스트라와 데뷔 무대를 가졌을 때 굴드는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과 베토벤의 \"협주곡 제2번\"을 연주해야 했다. 연주회는 9시 30분에 시작될 예정이었는데 피아니스트는 자신이 등장하지 않는 연주회 첫부분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바흐를 연주하기 전에는 슈프라우스, 프랑크, 시벨리우스, 아니면 주크박스, 아무 음악이든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베토벤을 연주하기 전에는 아무 음악도 들을 수 없다. 연주에 들어가기 전, 나는 일종의 고치 속에 나 자신을 감싸야 한다.\") 오후 내내 잠을 자고, 그는 저녁 7시 30분에 일어나서 방에 남아 협주곡을 두차례 연주했다. 아주 이상한 방법으로. 그는 늘 끼고 다니는 두 켤레의 장갑을 벗은 후 방안에 피아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끝으로 허공에 대고 연주했다. 방 안을 걸어다니고 오케스트라를 턱으로 지휘하고 두 개의 악장을 목청을 다해 노래 부르면서. 그리고 8시 30분에 따뜻한 물 속에 거의 1시간 가량 양손과 팔을 담그는 의식을 치루기 시작했다.
연주 2분 전에 도착한 그는 마치 북극 탐원대원 같은 차림을 하고 있었다. 서너 겹으로 된 모피 외투 아래 헐렁한 옷에다, 안에는 또 올이 굵은 모양 없는 스웨터를 껴입고 있었다. 대중 앞에 서야 하는 연주회 복장치고는 너무도 상식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번스타인은 \"청중 앞에서 이 스웨터를 벗을 생각은 아니겠지요?\"라고 그에게 물었다. 굴드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스웨터를 벗자그러잖아도 좀 얽혀 있던 머리카락이 온통 헝클어져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빗을 달라고 하지도 않고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지도 않은 채 그는 무대 쪽으로 걸어갔다. \"내 앞을 지나가는 그의 모습은 마치 양치기개와도 흡사했습니다. 일어서는 그를 피아노까지 데려다 주고 싶은 생각이 들 지경이었으니까요. 그가 어떻게 피아노를 찾아낼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라고, 오케스트라 뒷열에 앉아 있던 한 바이올린 주자는 회상한다. 굴드는 청중 쪽으로 등을 반쯤 돌린 채 다리를 꼬고, 거의 비스듬히 앉은 자세로 첫번째 악장을 연주했다. 그리고 나서 느린 악장에 이르자 입이 반쯤 벌어지고 무대 천장에 눈이 고정된 그의 모습은 활홍경에 빠진 사람과도 같았다. 그 다음 마지막 악장에 가 거의 뒤로 나자빠진 듯한 자세가 된 그의 머리는 건반에서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어, 자신의 손을 마치 자기 것이 아닌 양 바라보는 것 같았다.

목차
·아리아 ...9
·아리아 ...17
·마지막 시기 ...181
·인벤션 ...193
·말들과 음들 사이에서 ...207
·피아노의 병 ...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