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이 글은 저자의 아버지에 대한 송덕의 글이 아니며, 그리움의 표백도 아니다. 객관적인 눈으로 아버지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글이다. 아버지 다음으로 저자의 삶에 영향을 준 어머니와 형제들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 있는 강인숙의 에세이는 한 인간에 대한 철저한 분석 혹은 깊은 사랑을 보여 준다.
출판사 서평
가족의 달, 독자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줄 한 노학자의 思父曲!!
생의 황혼 속에서 다시 떠올리는 ‘아버지의 초상’, 그 애증의 변주곡
오랜 시절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회억
칠순이 넘은 한 문학연구가가 쓴, 어른이 전하는 가족의 의미

1933년생인 강인숙 선생은 곡절 많은 우리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온 여성학자다. 건대 국문학과에서 후진을 양성하기에 힘썼고 은퇴하고 나서는 남편 이어령(전 문화부 장관, 이화여대 석좌교수)...
가족의 달, 독자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줄 한 노학자의 思父曲!!
생의 황혼 속에서 다시 떠올리는 ‘아버지의 초상’, 그 애증의 변주곡
오랜 시절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회억
칠순이 넘은 한 문학연구가가 쓴, 어른이 전하는 가족의 의미

1933년생인 강인숙 선생은 곡절 많은 우리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온 여성학자다. 건대 국문학과에서 후진을 양성하기에 힘썼고 은퇴하고 나서는 남편 이어령(전 문화부 장관, 이화여대 석좌교수)과 함께 영인문학관을 세워서 유실되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문단의 소중한 원고나 자료들을 수습하고 정리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박물관을 만들기에는 너무나 부족하고, 그냥 사장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 자료들은 그 후 수십 년 동안 나를 많이 괴롭혔다. 아이들이 떠나 간 자리를 묵은 원고들로 메운 이상한 집에서 나는 아이들을 기를 때보다 더 힘들게 그것들과 씨름했다. 몸은 자꾸 시들어가는 데 감당해야 하는 작업이 너무 버거웠다. 그런데도 그것들을 어쩌지 못한 것은 거기에 묻어 있는 문학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자료를 양도해 달라는 신청을 받은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선뜻 응할 수 없었다. 김동인의 낡아빠진 명함 조각이나. 글씨도 판독하기 어려운 이상의 초고 같은 것을 누가 나만큼 사랑하랴 싶었던 것이다.”

이 책에는 문학과 예술을 사랑한 삶을 살았던 선생이 자신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신의 형제들에 대해서 그간 가슴속에 품고 있으면서 말하지 못했던 조각글들을 모았다. 선생이 본문에서 말하고 있듯이 쾌락주의자이자 박애주의자였던 선생에게는 애증(愛憎)의 대상이었던 아버지, 전통적인 조선의 여인이었지만 언제나 선생의 흔들림 없는 정신적 지주였던 어머니, 그녀와 간난신고를 함께 겪었던 소중한 형제들에게 미처 다 하지 못한 은밀한 이야기까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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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막바지를 바라보는 노학자가 들려주는 진솔한 인생과 가족 이야기
에피큐리언 아버지와 인고의 어머니, 그 원형의 관계에 관한 인간 연구

선생의 소중한 지인들에 대한 기억은 어른이 사라져버린 이 시대에 우리가 곰곰이 두고 곱씹을 만한 많은 테마를 던진다. 선생이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선생의 아버지는 쾌락주의와 박애주의를 겸비한 독특한 분이었다. 선생은 평생 그러한 부친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고 그녀의 인생은 어찌 보면 아버지와의 투쟁사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애증으로 점철된 사이였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이제 팔순을 바라보면서 선생은 상당 부분 아버지를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글을 읽다보면 아버지가 저지른 행각에 대한 선명한 기억에서 날을 세운 분노가 읽히기도 한다.
선생이 스스로 당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는 아버지에 대한 변은 이렇다.

“나는 삶의 첫머리에서 아주 난해한 어른을 만났다. 아버지다. 아버지는 쾌락주의자였으면서 동시에 박애주의자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아버지 같은 인물을 만난 일이 없다. 아버지는 희귀종 인간이었고, 그래서 보통 자로는 잘 재지지 않는 유형이었기 때문에 나의 인간 연구는 아버지를 중심축으로 하여 회전했다.”

또한 선생의 어머니는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로 생활력이 강하고 독립적인 분이었다. 흔들림 없는 모성을 지닌 분으로 선생에게나 형제들에게 항상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쉼터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형제들, 위로 오빠 한 명과 위아래로 자매 4명에 대한 선생의 기억은 애틋하면서도 가슴 아리다. 병이 많았던 여동생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 위로 선생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고 선생에게 문학의 길을 열어주었던 인생의 스승으로 선생이 꼽고 있는 오봉 오라버니의 인생에 대한 기억이 그러하다.
선생은 또한 가족과 당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정리한다.

“삶의 첫머리에서 만난 가족들의 이야기를 여기 모은 것은 가정환경이 한 인간의 내면적 성장에 끼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음미하기 위해서다. 서로 유형은 다르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가족과의 사랑과 갈등을 기반으로 삶을 형성해 나간다.

결국은 소속이 문제라고 에밀 아자르Emile Ajar는 에서 말했다. 그렇다. 결국은 소속이 문제다. 가족은 인간이 소속된 삶의 세로축이다. 가로축은 시대와 사회다. 나는 이런 가정에서 일제점령기의 한국에 태어났다. 독립운동에 가담한 아버지 때문에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우리 형제는 모두 몸이 약하다. 13세에 피난민이 되어 월남한 사람들에게는 이중의 재난이었으니 세로축도 평탄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고난의 기억은 나를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것은 삶의 막바지에서 본 자의 자신감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살아남은 경험은 고난에 대한 두려움을 삭감시켜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 내가 부정을 저지르지 않고, 부정을 묵인하지도 않으면서 살 수 있었던 것은 6?25 때의 체험 덕이다.”
이 책은 선생의 개인사를 담고 있지만 우리 시대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자화상이자 우리의 가족에 대한 애증에 찬 절절한 토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리가 지난 시절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가족과 가치를 새롭게 반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목차
1. 아버지와의 만남
어느 에피큐리언의 박애주의
아버지와 여인들
산과 그림자
말년의 아버지
아버지가 즐기신 것들
쾌락주의와 박애주의의 함수관계
2. 어머니를 위한 비망록
메멘토 모리
어머니의 새집
어느 고양이의 꿈
조세트 원피스와 무명 속옷
생명이 진 빚
피의 마디
3. 성안 집 사람들
성안 집의 추억
무더위 속의 강복
갈대 마나님
축배 없는 잔치
병복
어느 욥의 이야기
우리 오빠 오봉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