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유행을 넘어 전 시대를 관통하며, 존재망각이 팽배한 오늘 더욱 간절하고 유효한
하이데거 철학, 이를 통해 파국으로 치닫는 현대문명의 돌파구를 찾는다

철학의 저변이 지극히 약화되고 인문학의 위기가 심심치 않게 회자되는 한국적 상황에서 굳이 하이데거를 다시 탐독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도 여전히 난해하고 낯설고 어려운 것이 하이데거의 철학이다. 독일인들 사이에서도 “하이데거의『존재와 시간』은 과연 언제쯤 독일어로 번역이 이루어질까?” 하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하이데거는 어렵다. 이처럼 하이데거의 철학과 저서가 난해한 것은 그가 사용한 용어의 생경함 때문이기도 하다. 가령 그가 사용하는 ‘현존재’나 ‘세계-내-존재’ 같은 용어들은 우리말로 쓰건 독일어로 쓰건 간에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이것은 하이데거가 이른바 ‘존재론’의 근원적 문제에 천착하여 깊은 사유를 펼치기 때문이다. ‘존재’를 근간으로 하는 하이데거의 철학은 현상학, 실존철학, 생철학을 아우르는 독특한 철학으로, 삶의 철학(생철학)에서 나오는 것이 바로 해석학이다. 이것이 우리가 유럽 철학을 이야기할 때 하이데거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에 이르러 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철학적 흐름도 하이데거의 영향을 배제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하이데거가 전하는 메시지는 존재의 사건이 일어나는 현장이 바로 우리들이라는 것이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하이데거는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자연지배, 전쟁수행과 인종개량의 기술들에 의해 자기시대의 전체주의적 본질이 특징지워진다고 파악했다.” 그렇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현장에서는 지구파멸의 사건이 문명을 떨치는 인간에 의하여 벌어지고 있다. 이에 우리는 이제 새로운 존재의 시각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현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존재의 시각을 찾는 과제가 바로 하이데거의 철학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최대의 화두다. 따라서 지금의 세계사적 문제, 지구촌적 문제에 한국적인 철학적 대응의 지평에서 하이데거는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이수정 교수의 저서는 하이데거 철학에서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에 대한 저자의 학문과 사색이 깊게 밴 여정을 담아냈으며, 독일의 하이데거를 한국의 하이데거로 즉, 난해하고 복잡한 하이데거 철학을 생생한 우리의 언어로 독해한 작업의 결실이다. 이수정 교수는 하이데거 철학의 제 문제 “현상학, 존재론, 시간론, 시대론, 환경론, 언어론, 예술론, 인간론, 시인론, 신론, ‘발현’론”을 하이데거가 평생에 거쳐 그가 그토록 집요하고 진력을 다해 탐구한 ‘존재’를 관통해 설명해낸다. 하이데거의 원전을 보다 충실하게 읽어내고, 하이데거가 사용한 언어의 어원을 보다 섬세하게 풀어냄으로써, 자칫 따로 난립하게 될 여러 주제들을 보다 정치하고 밀도 있게 ‘존재’의 틀로 엮어내는 것이다. 이수정 교수는 “‘존재’라는 단어 하나를 백 권이 넘는 전집으로 풀어낸 그의 집요한 사고력, 그리고 아낙시만드로스에서 후설에 이르는 거대한 사유의 역사를 훤히 꿰뚫고 있는 그의 압도적인 이해력은 그에게 최고의 지성이라는 왕관을 씌우기에 충분”하다며 하이데거의 철학의 경이로움을 탄미嘆美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우리 후학들이 그를 충실히 뒤따라갈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그를 따라서’, ‘그와 함께’, ‘그를 넘어서’ 사유를 펼쳐보는 것은 여전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로 남아 있다”고 한다. 이수정 교수는 그 과제의 수행을 위한 하나의 이정표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하이데거 연구의 권위자 이수정 교수가 밝히는 사유의 거상
여전히 어렵고 낯선 하이데거가 보다 생생한 우리의 언어로 다가온다.

하이데거는『존재와 시간』으로 사상계에 등장한 이래 죽음으로 그 사유를 마감하기까지 시종일관 ‘존재’라는 하나의 주제를 추구하여 이 길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 주제는 인간의 위대한 철학정신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는 경이의 대상으로서 철학의 시초를 장식한 이후 무려 2,500년의 기나긴 역사를 거쳐왔다.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주제 자체가 힘의 원천을 이루기 때문이다. 하이데거의 철학은 바로 그 원천에서 흘러나온,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사라질 수 없는 것이다. 하이데거의 철학은 끊임없는 현재이며, 앞으로도 항상, 현재이지 않으면 안 된다.
「책머리에」중에서

하이데거는 카르납, 하버마스, 데리다 같은 쟁쟁한 후배들의 공격을 통해 점점 더 과거 쪽으로 밀리는 듯했지만, 여전히 중요하고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대철학자다. 하이데거의 사상은 대중들의 관심에 영합하는 한때의 유행사상이 아니며 전 시대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하이데거는『존재와 시간』으로 사상계에 등장하였고, 이 책과 더불어 그는 “존재를 둘러싼 거인들의 싸움터”(플라톤)에 뛰어들었다. 이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시종일관 ‘존재Sein’라는 하나의 주제, 하나의 별을 향해 매진하였다. ‘존재’는 힘의 원천을 이루는 강력한 주제로서, 하이데거 철학은 바로 그 원천에서 흘러나온,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하이데거의 철학은 끊임없는 현재이며, 앞으로도 항상, 현재이지 않으면 안 되며, 이 ‘존재’가 지속되는 한, 그것은 모든 시간 속에서 유효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수정 교수는 자신의 철학적 역정에는 늘 하이데거가 함께 있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 곁눈질로 보던『존재와 시간』,『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휴머니즘에 대하여』등을 통해 하이데거의 심상치 않은 철학적 매력을 접한 이후 그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저자는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철학적 경험을 통해 하이데거와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된 것은 대학시절이었으며, 너무나도 미숙했지만, 자신이 보는 그 ‘존재’가 하이데거의 책이 말하는 그 ‘존재’와 다른 것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존재’란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것이라, 그의 시대와 자신의 시대, 그의 독일과 자신의 한국에서 다름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하이데거에 대한 이해의 정확성을 위해 “하이데거 자신에 충실한 하이데거 이해를 지향”한다 했다. 이미 이수정 교수는 여러 언어로 하이데거를 받아들였으며, 하이데거가 어떻게 다양한 언어로 구사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폭넓게 경험하여 하이데거 철학의 의미와 맥락에 대해 보다 세밀하고 정치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러한 작업의 방대한 결실이다.


사상의 유행을 넘어 전 시대를 관통하며, 존재망각의 오늘 더욱 간절하고 유효한 하이데거
그를 통해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의 제 문제를 풀어내는 강한 문제 해결력을 가늠한다

이수정 교수는 “하이데거의 철학에 참여”할 것을 제기한다. 그것은 이제 하이데거 자신의 ‘발언’에 의한 ‘전달’을 우리 자신이 직접 받아, ‘보여진’, ‘문제 그 자체’를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아야 한다’고 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이야말로 하이데거 연구의 궁극적 완성에 이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연속 선상에서 하이데거는 시대의 우리 시대의 문제를 풀어내는 여러 점을 환기시킨다. 먼저 하이데거의 시대비판에 귀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그의 시대비판은 ‘기술’에 대한 비판에서 가장 첨예화되는데, 그는 우리의 시대를 ‘기술의 시대’ 혹은 ‘거침없는 기술주의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기술의 보편적 지배에서 말미암는 기술에 대한 하이데거의 비판적 관심은 기술과의 ‘대결’이라는 형태로 수행되며, 그것은 기술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동반한다. 이수정 교수는 이러한 수행은 기술의 부정이나 거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기술에 대한 자유로운 관계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며, ‘기술적인 것을 그 한계에서 경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이데거 철학을 통해 새로운 관계설정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한 이수정 교수는 하이데거의 철학은 환경철학적으로 해석가능한 메시지를 포함하며, 뿐만 아니라 환경철학의 학적 기초를 수립하는 데 대단히 유익한 것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이른바 ‘환경단체’들의 외로운 부르짖음에 머물지 않고, 또는 그들의 호소에 마지못해 부응하는 피상적이고 일회적인 ‘환경운동’으로 끝나지 않고, 그 근원적인 의미를 철저하게 실현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요하고도 필요한 것은 우선 환경이 무엇인지를 올바르게 이해, 인식하는 것이며 그 환경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수립하는 것이다. 올바른 관계설정을 위해서는 잘못된 관계를 직시하고 바로잡는 일이 언제나 병행되어야 한다. 인간들의 근본적인 태도변화 없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인간들이 달라져야만 한다. 그렇게 해서 이른바 건전한 환경의식이 온 인류의 건전한 상식으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환경에 대한 이러한 이해와 올바른 관계설정, 인간의 태도변화를 위해 하이데거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것이 하이데거를 이해하는 저자의 논지이자, 바람이다.

책머리에

01 하이데거 철학의 퍼스펙티브
1. 펴는 말: 하이데거 철학의 구조와 성격
2. 하나의 대전제
3. 구조의 개요
4. 이 구조의 근거Ⅰ: 현상학의 개념
5. 이 구조의 근거 Ⅱ: 달의 비유
6. 정리와 이행
7. 성격의 개요
8. 이 성격의 자취Ⅰ: 『존재와 시간』의 경우
9. 이 성격의 자취 Ⅱ: 『휴머니즘에 관하여』의 경우
10. 이 성격의 자취 Ⅲ: 『사유의 사태에로』의 경우
11. 맺는 말: 이 구조와 성격의 의미

02 하이데거의 현상학
1. 펴는 말
2. 하이데거 현상학의 형성과정
3. 하이데거 현상학의 기본적 의미
4. 현상학의 포괄적 의미
5. 맺는 말

03 하이데거의 존재론
1. 펴는 말: 『존재와 시간』의 근본취지
2. 존재물음의 중요성
3. 존재의 개념

04 하이데거의 시간론
1. 펴는 말: 왜 ‘시간’인가
2. 『존재와 시간』에서의 ‘시간’
3. 「시간과 존재」에서의 ‘시간’
4. 맺는 말

05 하이데거의 시대론
1. 펴는 말
2. 시대비판의 존재론적 관점
3. 전통 형이상학의 비판: 시대비판의 기초로서
4. 근대학문의 비판
5. 현대기술의 비판
6. 맺는 말: 또 다른 시초로의 이행을 위한 존재사유의 권유

06 하이데거의 환경론
1. 펴는 말
2. 환경이란 무엇인가
3. 환경과의 관계는 어떻게 잘못되어 있는가
4. 환경과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가
5. 맺는 말

07 하이데거의 언어론
1. 펴는 말
2. 전기에서의 ‘언어’
3. 후기에서의 ‘언어’
4. 맺는 말

08 하이데거의 예술론
1. 펴는 말: 왜 예술인가?
2. 예술이란 무엇인가?: 작가·작품·예술의 개념
3. 예술과 진리: 작품에의 진리정립 ― 존재론적 해명
4. 예술과 미학: 미학사의 한계극복 ― 학문론적 해명
5. 예술과 기술: 위기로부터의 구원 ― 시대론적 해명
6. 맺는 말: 철학에서 문화로

09 하이데거의 인간론
1. 펴는 말: 인간론과 하이데거
2.『존재와 시간』의 인간론
3.『존재와 시간』 이후의 인간론
4. 맺는 말: 성과와 한계

10 하이데거의 시인론
1. 펴는 말: 왜 하이데거는 시인을 주목하는가?
2. 횔덜린의 경우
3. 릴케의 경우
4. 헤벨의 경우
5. 맺는 말

11 하이데거의 신론
1. 펴는 말: 무신론적 실존주의?
2. 하이데거와 기독교의 관계
3. 기독교의 신
4. 무규정적 신
5. 궁극적 신
6. 신적인 신과 신적인 것들
7. 맺는 말: 신을 기다리는 철학

12 하이데거의 ‘발현’론 Ⅰ
1. 펴는 말: ‘발현’으로서의 존재
2. 이 개념의 전개경위
3. 이 개념의 기본적 의미
4. 이 개념의 몇 가지 측면
5. 이 개념을 발언하는 일의 기본적 의미

13 하이데거의 ‘발현’론 Ⅱ:『철학에의 기여』를 중심으로
1. 펴는 말: 하이데거 철학에서의 ‘발현’의 의의
2. 용어 번역의 문제
3. 『철학에의 기여』와 발현
4. 발현의 이모저모
5. 맺는 말

하이데거 주요 저작의 약호

초출 일람